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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의 ‘경력보유여성’ 제안, 국가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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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03 11:49:42   폰트크기 변경      
‘경력단절’ 대신 ‘보유’…4년만에 법 반영

성동구 조례에서 출발해 전국 34곳으로 확산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사진 : 오픈 AI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출산이나 육아, 돌봄 등으로 경제활동을 멈춘 여성의 경력을 ‘단절’이 아닌 ‘보유’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국가 법제에 공식 반영됐다. 지난 2021년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경력보유여성’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뒤 4년 만에 국회 법 개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성평등기본법’과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여성경제활동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3일 밝혔다. 개정안은 기존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공식 변경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경력보유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한 기관ㆍ단체ㆍ개인을 선정ㆍ포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용어 수정이 아니라, 돌봄의 시간을 공백이 아닌 경력으로 인정하는 정책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성평등부는 “여성의 전문성과 잠재력ㆍ역량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기업 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의 출발점은 지난 2021년 성동구가 제정한 ‘경력보유여성 존중 및 권익 증진 조례’였다. 성동구는 당시 전국 최초로 ‘경력단절여성’ 대신 ‘경력보유여성’이라는 용어를 행정에 채택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최근 〈대한경제〉 기고에서 10년 전 한 주민의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이 저한테는 낙인처럼 들린다”라는 말을 회상하며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단절이라는 표현은 출산과 육아, 간병의 시간을 공백으로 규정했지만, 실제로 그 시간은 치열한 돌봄과 기획, 위기 대응, 소통 능력이 축적되는 과정이었다”라며 “단어 하나가 시선을 바꾸고, 제도를 바꾸며, 결국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성동구는 조례 제정 이후 2022년부터 성별과 관계없이 돌봄으로 인해 일을 잠시 멈춘 모든 이에게 ‘돌봄 경력인정서’를 발급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최대 2년까지 경력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직무 체험과 실무 코칭을 결합한 ‘위커리어(WE CAREER)’ 프로그램, ‘경력보유여성 취ㆍ창업교육’ 과정도 운영했다.

특히 성동문화재단ㆍ도시관리공단ㆍ27개 민간기업이 참여한 재취업 협약체제는 325명의 교육 수료자 중 100명의 재취업ㆍ창업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시도는 이후 광역지자체를 포함해 전국 34개 지자체로 확산됐고, 중앙정부 정책과 국회 논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성동구가 도입한 정책의 법제화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방지사업’, ‘필수노동자 지원사업’ 등을 상위법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조례로 먼저 추진했고, 이후 중앙정부에 제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국가 차원의 법제화로 이어진 바 있다. 이번 ‘경력보유여성’ 법 개정은 세 번째 사례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날 “성동구에서 시작한 경력보유여성 조례가 국회에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제도를 가장 필요로 했던 경력보유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화답해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돌봄의 시간이 공백이 아니라 온전히 ‘경력’으로 기록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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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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