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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성장 멈춘 이커머스...판도 흔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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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05 14:05:30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얼마나 더 키우느냐’보다 ‘누구의 장바구니를 빼앗느냐’가 더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다. 성장률이 둔화된 시장에서 빠른 배송 등 서비스가 비슷해질수록 남는 변수는 가격 경쟁과 신뢰도 등이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간편결제의 확산과 대형 플랫폼의 물류 투자가 맞물리면서 2010년대 중반 급성장하다 2020년대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2008년 18조1460억원이었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8년 113조7297억원을 기록하며 100조원을 넘어섰다. 성장률도 2017년에는 전년 대비 39.14%나 늘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성장세는 둔화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전년 대비 18.93% 성장하며 성장률이 10%대에 머물다가 작년에는 5.78%로 크게 축소됐다. 대부분의 내수 소비자가 온라인 채널로 전환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물류·마케팅 비용이 급증하면서 출혈 경쟁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 사이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플랫폼은 지배구조가 바뀌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11번가는 지분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며 SK그룹에 다시 안기기도 했고, G마켓과 옥션은 신세계 품에 안긴 이후 재도약을 노리고 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성장 여력이 줄어들면서 남은 플레이어들의 점유율 구도는 뚜렷해졌다. 쿠팡과 네이버의 시장 전유율은 각각 20~22% 수준으로 두 곳이 사실상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G마켓·11번가·SSG닷컴 등이 뒤따르고 있지만 한 자릿수 점유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쿠팡은 구독형 멤버십에 협력 관계에 있는 동영상·음식배달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해 록인(Lock-in) 효과를 높이는 방법으로 압도적인 외형 성장을 이뤄왔다. 통합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그 생태계 안에서 모든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작년 쿠팡의 연간 매출은 41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때 쿠팡의 연매출은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매출을 합친 규모를 넘어서기도 했다.

쿠팡은 막대한 물류비와 인건비를 감수하면서 점유율을 키우며 수익성과 성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했다. 지난해 쿠팡의 영업이익은 6023억원에 그치며 영업이익률은 1%에 머물렀다. 물류센터 확충과 배송 인력 고용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며 점유율은 키웠지만 비용 구조 개선은 더뎠던 셈이다.

업계에선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중요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이는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건에서도 알 수 있다. 이들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는 거래 안정성을 훼손해 이커머스의 근간인 셀러와 거래(B2B) 신뢰도를 흔든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은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이커머스의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 신뢰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장바구니 분산과 결제 채널 이동 등 실제 구매 패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장 쿠팡의 독주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심 곳곳에 퍼져있는 쿠팡의 물류 인프라와 직매입 기반의 빠른 배송, 와우 멤버십 연계 생태계 등을 단기간에 대체할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유출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잠재적 고객 이탈(losses)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 전체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네이버는 쿠팡에 맞서기 위해 기존 물류기업들과 협력한 물류 네트워크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운영 중이다. 새벽배송도 시작했다. G마켓은 해외 셀러 확보와 프로모션 강화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패션·뷰티·식품 등 각 버티컬 플랫폼은 전문성을 강화해 쿠팡의 고객을 일부 흡수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펴낸 ‘이커머스 시장 연구’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이커머스 시장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플랫폼 간 전환이 용이하다”며 “앞으로도 구독형 멤버십 회원과 판매자 회원 확보 등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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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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