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만점자도 4분의 1 감소
수험생 혼란, 입시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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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후 첫 주말인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열린 2026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서강대, 성균관대 등 주말 동안 10여 개 대학이 논술고사를 진행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실상 ‘불수능’으로 귀결됐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에서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고, 국어 역시 표준점수 최고점이 147점까지 치솟아 상위권 변별력이 크게 강화됐다.
4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응시생은 총 49만3896명(한국사 기준)으로, 고3 재학생이 33만3102명(67.4%), 졸업생·검정고시 합격생 등이 16만794명(32.6%)이었다. 전 영역 만점자는 지난해 11명에서 5명(재학생 4명·N수생 1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가장 큰 충격은 영어였다. 절대평가 전환(2018학년도) 이후 영어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은 3.11%(1만5154명)로 집계됐다. 전년도 6.22%(2만8587명)의 절반 수준이며, 기존 최저치였던 2024학년도(4.71%)보다도 낮다.
상대평가인 국어(4.67%), 수학(4.62%)보다도 영어 1등급자가 적어 “절대평가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시모집의 수능최저학력기준 미충족자가 속출하고, 정시 이월 인원이 크게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어의 난도도 높았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지난해보다 8점 상승했다. 표준점수는 시험 난이도가 높을수록 올라가는데, 140점대 중후반이면 교육계가 흔히 ‘불수능’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만점자는 1055명이었으나 올해는 261명으로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1등급 내 표준점수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는 지난해 8점에서 올해 14점으로 벌어져 상위권 변별력도 강화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이번 영어 난도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4일 브리핑에서 “영어의 경우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난이도를 목표로 했으나 결과가 이에 미치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전년도(140점)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만점자는 1522명에서 780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8점으로 나타났다. 입시기관들은 “수학 만점자라도 국어 고득점자를 이기기 어려운 구도”라고 분석했다.
탐구 영역에서는 선택과목별 최고점 격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며 유불리 논란이 완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 입시에서는 이른바 ‘사탐런’(자연계 학생이 과학탐구 대신 상대적으로 공부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로 몰리는 현상)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수능 사회·과학탐구영역 지원자 가운데 사회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학생은 77.3%(41만1259명)로 작년(62.1%)보다 무려 15.2%포인트(p) 높아졌다.
종합하면 올해 대입 정시는 수험생들의 영어 등급에 따른 유·불리, 국어의 강한 지배력, 탐구 가산점에 따른 경쟁 양상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학별 영어 반영 방식과 탐구 가산점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와 수학 간 표점 최고점이 8점이나 차이가 나면서 국어가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수학 만점을 받아도 국어 고득점 학생을 이길 수 없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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