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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채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용해선 안 되지만, 악역의 이름을 사용하는 불법 사채업자들은 특히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심리분석사 심리상담사 1급의 한국 TI 인권 시민연대 불법사채 대응센터 박진흥센터장은 “악역 캐릭터를 가명으로 사용하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행동은 몇 가지 심리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분석해 볼 수 있다. 이들이 저지르는 '사회적 살인'과 '자살 사건'의 심각한 결과는 이들의 심리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로 탈개인화와 역할 몰입불법 사채업자들이 악역 캐릭터의 가명을 사용하는 것은 '탈개인화(Deindividuation)'와 '역할 몰입(Role Immersion)'이라는 심리적 현상을 촉진한다.
여기서 탈개인화란 자신의 정체성(본명, 사회적 지위 등)을 숨기고 집단이나 특정한 역할 속에 매몰되어 개인적인 책임감을 상실하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사채업자들은 그들의 비윤리적인 행동 사이에 심리적 거리를 만든다. '나‘가 아닌 '가상의 악역'이 그 행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죄책감과 도덕적 제약이 크게 약화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할에 몰입되면서 악역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 양식을 정당화하며 모방하기 쉬워진다. 특히 피해자를 마치 악당이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며, 자신들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악역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 투사한다.
이에 사채업자들은 피해자를 단순히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가 아닌, '인간 이하의 존재' 혹은 '악역이 처단해야 할 적'으로 비인간화하여 실제로 처벌을 하기도 한다.
이는 피해자에게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 무력감을 유발하여, 피해자가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생존 의지를 잃게 만든다. 이렇게 학습된 무기력은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는 믿음으로 이어져 극도의 절망감과 함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유발하는 주요 심리 기제가 된다.
아울러 사채업자들은 채무 이행 실패를 자신의 권위와 힘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의 우월감과 통제력을 확인하려 한다. 돈에 대한 탐욕과 더불어 가명을 통한 악역 행세는 자신을 강하고 무적의 존재로 느끼게 하는 자기애적인 방어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조직적으로 움직일 경우 집단 심리가 작용해 가혹 행위를 더욱 부추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조직 내 상부의 명령이나 집단의 규율은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가혹 행위가 '업무'이자 '정당한 명령'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진흥센터장은 “악역 캐릭터를 가명으로 쓰는 것은 불법 사채업자들에게 책임감을 회피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정당화하는 '심리적 방패' 역할을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피해자는 비인간화되어 통제력을 잃고 극심한 절망에 빠지게 되며, 이는 자살과 사회적 파괴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불법사채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사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쓰더라도 악역 이름을 사용하는 이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온라인부 장세갑 기자 c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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