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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현희 기자] 매출 기준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현행 중소기업 지원체계가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저하시키는 '피터팬 증후군'을 만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정부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오히려 성장하지 않는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를 지양하기 위해서라도 업력이 얼마 되지 않은 생산성 높은 기업 위주로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의견이다.
한은은 8일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국내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을 성장과 혁신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필수적이지만 중장기 성장기반 확충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정책금융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피터팬 증후군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과 규제 기준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현행 매출액 등 단순한 기준으로 지원하면 그 기준선을 넘기 직전의 매출만 유지하면서 정책금융에 의존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해지는 만큼 선별적인 지원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에서 중견으로 새로 진입하는 기업 수가 전체 중소기업의 약 0.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는 기업수는 2017년 197개에서 2023년 574개로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성장을 회피하는 중소기업의 퇴출 관련 구조조정 제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만 주력하다보니 부실기업을 적기에 퇴출하지 못하고 정부의 눈먼 돈만 비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정부 부처와 기관별 지원도 중복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책수립과 집행, 전달 체계가 분산돼있어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한 몫한다. 따라서 누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만 바꿔도 정부의 지원 예산 규모를 더 늘리지 않아도 총생산을 약 0.4~0.7%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지원 기준을 매출액이 아닌 업력으로 전환해 생산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 자금을 재배분하는 방식으로도 총생산 0.45% 늘어난다는 의견이다. 피터팬 증후군도 0.06% 완화되는 효과도 도출했다.
부실 기업을 조기에 솎아내면 구조조정 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총생산 0.23% 증가하고, 한계기업 비중이 0.23%포인트(p)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는 의견이다.
최기산 한은 거시경제연구실 과장은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지원 기업수나 예산 규모 등 지원의 양을 늘리기보다 선별적으로 지원대상을 구분하고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개선하면 생산성과 역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심사와 투자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했다. 민간 심사 기준 등 보완지표를 병행해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과 성과 연계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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