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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Life] 치매 예방, 건기식 의존 시 골든타임 놓칠 수도··· 은행잎도 함량, 품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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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10 05:00:16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치매는 한번 중증으로 발병하면 완치와 회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질환으로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원 등 전문 기관에서 적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할 경우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

또 시중에서는 ‘뇌영양제’, ‘기억력 개선제’라는 이름으로 건강기능식품이 다수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름은 의약품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따르면 2024년 기억력 개선, 인지능력 향상 등 뇌 기능과 관련된 기능성으로 판매된 제품 시장은 1조 18000억원에 달한다.

그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성분은 포스파티딜세린. 이 성분 제품은 2022년 77억원에서 2023년 231억원, 지난 해에는 49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비약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포스파티딜세린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체내에서 자연적으로도 생성되고, 대두 등 식품 섭취로도 보충할 수 있지만 노화에 따라 감소 때문에 판매사들은 건기식을 통해 보충이 필요하다며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의약품과 달리 다양한 판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1+1 행사, 할인 행사, 홈쇼핑 등 다양한 형태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정제, 캡슐 등 의약품과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에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오인되기 쉽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건강과 관련된 “기능성”을 가진 “식품”에 해당한다. 때문에 인지 능력 관련 제품 기능성을 보면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등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에 포함된 대부분의 성분들은 의학적 효과로 인정되어 적응증으로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케이스는 없다. 또 경제적 면에서도 하루 섭취 비용이 약 1,000원 이상으로 한 달이면 3만 원을 훌쩍 넘어 소비자 부담이 적지 않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능성이다. 의약품은 환자의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며 질병 치료 효과 등 기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일부 부작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개입, 관리 하에 처방, 복용이 이뤄진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의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고, 생리 기능 활성화를 통해 건강을 유지,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대상은 환자가 아닌 준건강인이다. 기능성은 의약품 보다 낮고, 장기 섭취에도 안전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관리 없이 자유롭게 구매가 가능하다.

신경과 전문의인 의료계 관계자는 “포스파티딜세린은 영양 성분을 공급하는 식품의 일종으로 의학적 예방, 치료 등 효과를 인정 받은 의약품이 아니”라며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다 시간을 허비할 경우 오히려 병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치매 전조 증상 발생 시에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잎추출물을 함유한 건강기능식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 인지 능력 개선 효과를 강조한 제품 대다수가 포스파티딜세린, 강황추출물 등 성분과 함께 은행잎추출물을 함유하고 있다.

은행잎추출물은 의료계에서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주로 처방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의약품으로 허가된 은행잎추출물 제품은 “치매성증상을 수반하는 기질성 뇌기능 장애”라는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과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건기식과 의약품의 또 다른 확연한 차이는 용량이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은행잎추출물의 최대 함량은 1일 150mg이다. 반면 경도인지장애 등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의 용량은 통상적으로 240mg이다.

아시아 전문가 그룹 (ASCEND)는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혼합형 치매 치료의 용량으로 240mg를 권장하고 있고, 은행잎추출물을 사용한 인지기능, 경도인지장애(MCI), 치매 환자 대상 주요 RCT 임상들은 대부분하루 240mg 용량을 사용했다.

또 은행잎은 생약 성분으로 추출물 내 주요 성분의 함량 관리가 필요하나 의약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은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은행잎 의약품의 경우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따라 표준화가 이뤄져 있고, 주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는 22~27%,테르펜 락톤은 5.4~12% 함량으로 관리되고 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이 함량 기준이 표준화 되어 있지 않아 제품마다 함량이 상이하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의약품은 용량에 따라 나타나는 각 성분의 효과, 부작용 등을 의료진의 개입 하에 복합적으로 체크, 조절하며 처방된다”이라며 “임상 등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용량 복용 시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치매와 연관된 다른 인자에 대한 종합적 관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치료 예방 치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먼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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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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