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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주최로 서울 조선 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에서 임문영 부위원장(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이 ‘AI 시대의 지식 리더십’을 주제로 조찬 강연을 하고 있다. 심화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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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주최로 서울 조선 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에서 임문영 부위원장(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이 ‘AI 시대의 지식 리더십’을 주제로 조찬 강연을 하고 있다. 심화영기자 |
| 9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주최로 서울 조선 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에서 임문영 부위원장(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이 ‘AI 시대의 지식 리더십’을 주제로 조찬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KAIT |
“2~3년 뒤엔 인간이 만든 콘텐츠 찾기 어렵다…인터넷은 이미 AI 스팸에 잠식”
“AI 예측은 빗나간다…로봇택시 등장했더니 택시종사자 오히려 늘어”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2~3년 뒤엔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인터넷을 뒤덮는 AI 합성데이터의 ‘근친효과(inbreeding effect)’를 이미 목격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조선 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디지털 인사이트 제11차 포럼에서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60여 분간의 강연에서 AI 발전 속도가 만들어낼 사회·경제·지식 생태계의 균열을 경고하면서도, “지금은 지식이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기술·정치(권력)·민중이 이끄는 변화를 세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인 ‘트리가(TRIGA)’에 비유하며 “AI 시대엔 지식이 중심축 역할을 해야 3위 국가가 아닌 ‘3강’으로 올라선다”고 말했다.
임 부위원장은 1990년대 초 하이텔·나우누리 등 국내 초기 온라인 문화를 회고하며 “30년이 흘렀지만, 지금처럼 지식이 폭증하며 체계를 바꿀 정도로 가속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3만원이면 박사급 설명을 무한히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지식은 일정량이 넘으면 스스로 정체성을 바꾸고,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꾼다”며 지식 인플레 시대를 짚었다.
그는 구글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지식 격차가 기업의 생존 격차로 표면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식이 있는 사람은 더 날카로워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 뒤처지는 ‘지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딥마인드와 구글브레인 통합으로 탄생한 ‘제미나이 3’를 사례로 들며, 기존 빅테크조차 오픈AI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통념에 대해서도 그는 “현실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로봇택시 도입 후 택시 종사자가 되레 증가한 통계를 언급하며, “택시 호출이 쉬워지자 개인 차량을 두고 나오듯이, AI 도입이 모든 산업에서 동일한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전통 커피머신이 로봇 바리스타 시대에 더 잘 팔리는 현상, 로봇택시를 견제하는 인간 기사들의 ‘경쟁 본능’까지 언급하며 “AI가 사회에 끼칠 파급은 정해진 시나리오가 없다”고 했다.
언론·방송의 위기론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제로클릭 검색이 보편화되며 언론 사이트에 들어오는 트래픽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대량으로 만들어낸 저품질 콘텐츠가 인터넷을 잠식하고 있다”며 “방송사·신문사 사장들이 ‘이제 정말 못 버티겠다’고 말하는 상황이 엄살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쓰레기 데이터’를 AI가 다시 학습하는 악순환이다. 임 부위원장은 “근친혼처럼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지고 기형이 나오듯, 합성데이터는 AI 성능을 스스로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보호와 AI 학습 데이터 확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국가 전략이 왜 어려운지, 그 복잡성을 설명한 대목이다.
임 부위원장은 ‘알파폴드3’가 생명과학·화학 연구에 던진 충격을 언급하며 “핵융합 플라즈마 분석까지 AI가 뛰어들면서 구글·MS가 ‘핵융합 전력’을 선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AI가 단순 ‘디지털 도구’를 넘어서 “국가 에너지 체계와 전략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새 AI 전략을 “사실상 군사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을 언급하며, “미국은 AI 패권을 군사적 승리와 동일한 개념으로 본다”면서 특히 엔비디아가 전 세계 GPU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현실을 “21세기에 다시 보기 어려운 독점 구조”라고 분석했다. 임 부위원장은 “AI는 혼자 할 수 없는 기술”이라며, 엔비디아가 성공한 이유를 “생태계를 통째로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상황으로 넘어가며 그는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한국은 기술 부채를 제대로 줄이지 못했다”며 정부 행정시스템의 장애 사례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 정책은 “더 이상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버린AI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우리 목표는 ‘3위’가 아니라 ‘3강(Top Tier 3)’”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AI전략위원회가 의결권까지 갖도록 설계한 이유에 대해 “정부 조직 중 드물게 실행력을 갖춘 위원회가 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5개 기업이 개발 중인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도 언급하며 “곧 첫 탈락팀이 나온다. 울산 AIDC와 26만장 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가 AI 역량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강연 말미에 임 부위원장은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을 상징하는 벤자민 프랭클린, 영국의 소호하우스(SOHO House) 과학자 모임 등을 언급하며 “역사는 지식에서 리더십이 나올 때 도약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조차 지식인들이 의견을 내는 시대다. 한국도 기업인·지식인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집단지성이 만들어진다”면서 “AI는 비행기와 같다. 수백 톤이 뜨는 원리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해도 하늘을 난다. AI도 마찬가지다. 그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세상을 보려면 지식이 방향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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