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통신망 관련 격론 벌어져
“통신비 인하는 환상에 불과”
![]() |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자율주행, 피지컬 AI 등 미래 시대를 여는 핵심 인프라인 5G 통신망을 두고 국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소비자 통신비 인하,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통신사의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실수요처인 제조 AX(AI 전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 통신비 인하 정책토론회’에서 임형도 경희대 전자정보대학 특임교수는 “클라우드 기반 5G 단독 모드(SA)는 본질적으로 피지컬 AI 등 기업간 거래(B2B) 상품”이라며 “제조업 도입 수요를 지원하는 제조업 AX 프로젝트 확대 등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5G SA 도입 압박을 거세게 이어가고 있다. 5G SA 기술이 상용화하면 대규모 설비 운영비를 줄여 통신비도 낮추고, 산업 현장의 피지컬 AI 시대에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 |
|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국회 국민 통신비 인하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토론 좌장을 맡아 “AI 시대 3대 기초 인프라는 반도체, 전력, 통신”이라며 “통신사는 기존 가입자 유치 출혈 경쟁 대신, 제대로 된 5G를 도입해 산업계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협 전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 우한시가 5G SA 전환 후 자율주행 메카로 거듭나고 일본 라쿠텐이 무제한 요금제를 월 3만원에 제공하는 사례를 들며 통신사 투자를 촉구했다.
다만 미래 인프라 투자를 위해 기업들에 무작정 투자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초고속ㆍ초저지연 5G SA에 대한 일반 소비자 수요가 제한적이고, 영세 제조기업이 AX 도입을 미루는 상황에서는 통신사의 투자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 5G SA 전환에는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 출신인 임형도 경희대 교수는 “한국이 2019년 5G 최초 상용화 국가면서도 SA를 하지 못한 이유는 수요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초고속ㆍ초저지연 기능이 필요한 B2B 서비스가 전무한 상황에서 투자하려다 보니 LTE와 병행하는 NSA(비단독 모드)가 주류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피지컬 AI가 5G SA 투자를 견인하는 구조가 정상적이며, 그 반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에 AX를 설계할 엔지니어와 인프라 투자 비용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지원이 선행되고 시장이 무르익어야 통신사도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임 교수는 “통신비 인하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일본 라쿠텐은 초저가 요금제 정책을 펼치다가 현재 5년 연속 2조~4조 단위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프라 투자비가 높은 상황에서 초저가 요금제 운영으로 실적 악화 늪에 빠진 것처럼 통신비 인하와 미래 인프라 투자를 동시에 강요하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경환 기자 eruta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