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 지문 원저자 “출제 말았어야”…이의신청 400건
“평가원 ‘유감’뿐…올해 보정 어려워”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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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수능 영어 2점 때문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걸 보면서, 한 사람의 학부모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너무 컸습니다.”
올해 역대급 ‘불수능’으로 영어 1등급 비율이 3.11%까지 떨어지자, 성적표가 배부된 5일 이후 평가원 게시판이 사실상 민원 창구가 됐다.
9일 기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질문과 답변’ 게시판에는 “제발 상위 4%까지라도 1등급으로 보정해달라”, “당장 수시 발표 미루고 등급 재산출해라” 등의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로 오는 12~15일 상위권 대학 수시 발표가 시작되는 만큼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그 전에 등급 비율을 조정해 달라”는 절박함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4% 이하로 떨어진 것은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수능 ‘전초전’으로 꼽히는 지난 6월 영어 1등급 비율은 19.1%까지 치솟은 바 있다.
<대한경제>와의 통화에서 수험생 학부모 A씨는 “아이가 평소 95점 이상, 늘 안정적인 1등급이었고 3년 동안 등급이 흔들린 적도 없었다”며 “이번에도 영어는 당연히 1등급이라 생각해 수시 원서를 배분했다”고 말했다. 통상 수시 원서는 9월에 모의고사 예측 기반으로 작성한다. 내신과 더불어 ‘충족 가능한 수능 최저’가 핵심이다.
하지만 A씨의 아이는 영어 88점으로 2등급을 받았고, 백분위 4%대임에도 “90점이 안 되는 이유로 2등급”이라는 구조 앞에서 목표 대학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어ㆍ수학ㆍ과탐 등 모든 목표 등급을 충족했는데 영어 하나로 최저가 무너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수생인 수험생 B양도 “재수생 단톡방에서 ‘영어 망했다’, ‘정시 준비 들어간다’는 말이 계속 올라왔다”고 증언했다. 재수생 C군은 “작년엔 1등급이었는데 올해는 1점 차로 2등급이 됐다.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닌데 등급만 밀란 것같아 속이 너무 상한다”고 토로했다.
절대평가 구조상 영어는 난이도에 따라 1등급 비율이 0~100%까지 달라질 수 있다. 평가원은 매년 6ㆍ9월 모평을 통해 1등급을 6~8% 수준으로 맞춰왔지만 올해는 조정이 실패했다. 이에 오승걸 평가원장은 “사설 모의고사와 유사한 문항을 교체하며 난도를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며 “절대평가 취지에 미치지 못해 유감”이라고 이례적인 사과를 전했다.
다만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사퇴할 사안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여기에 24번 문항도 논란을 키웠다. 총 675건의 이의신청 중 400건 이상이 이 문제였다. ‘글의 제목’을 묻는 문제였지만, 선택지에 지문에 없는 용어가 쓰였다는 지적이 집중됐다. 지문 원저자 스튜어트 모스 교수도 “원어민조차 모르는 단어를 시험에 출제했다”며 “시험에 출제돼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평가원이 “내년 1등급 비율을 6~10%로 맞추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 보정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대학의 수능최저 기준을 탄력 조정하는 방안도 있지만 전형 일정과 대학 자율성으로 인해 현실성이 부족하다. 한 입시전문가는 “수시 발표가 이번 주부터라 성적 재산출, 재발급까지 감당하기는 행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절규는 이어진다. A씨는 “3년간 대입을 위해 달려왔는데, 평가원의 실책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넘긴다면, 무슨 영화 제목도 아니고 허무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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