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경제=김관주 기자]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사 양대 산맥인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의 1세대 창업주 시대가 조만간 막을 내린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물로 나온 이지스자산운용 지분은 창업주인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손화자 씨의 지분 12.4%와 여러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합친 최대 총 98.8%다.
중국 출신 장레이(张磊) 대표가 지난 2005년에 설립한 힐하우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힐하우스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희망가격을 당초 9000억원대 중반으로 제시했으나 프로그레시브 딜(본입찰 이후 특정 후보에게 추가 가격 제시 기회를 부여하는 비정형 협상 방식)을 통해 1조1000억원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인 한화생명은 9000억원대 중후반, 흥국생명은 1조500억원을 써냈다.
다만, 흥국생명 측은 절차의 투명성이 훼손됐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주주대표와 매각 주관사가 본입찰을 앞두고 프로그레시브 딜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믿고 지난달 11일 본입찰에서 최고액을 제시하며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다”며 “매각 주관사는 힐하우스에 프로그래시브 딜을 제안하면서 흥국생명의 입찰 금액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입찰 과정에서의 기만과 위법 요소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수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이다. 이는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한 자격을 검증하는 절차로 금융위원회가 재무 건전성, 사회적 신용, 자금 조달 방식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힐하우스가 이를 통과할 경우, 잔금 납입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거래가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한 데다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및 주요 기반 시설 관련 자산을 다수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부 유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과정을 지켜본 마스턴투자운용도 결국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형성하자 마스턴투자운용은 매각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기존 2대주주 유치 계획을 신주 발행을 포함한 경영권 매각까지 염두에 두는 방향으로 확대한 것이다. 지분 전체를 매각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 셈이다.
앞서 마스턴투자운용은 국내 PEF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를 2대주주로 유치하려고 했으나 지난달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현재 다우키움그룹 등이 마스턴투자운용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창업주의 별세로 인한 지분 상속 문제로 매각을 추진했다면 마스턴투자운용은 창업주인 김대형 고문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거버넌스 이슈가 핵심이다. 금융당국의 제재와 검찰 수사 등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내부에서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 혹은 지분 매각을 통한 쇄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작년 말 기준 마스턴투자운용의 최대주주는 김 고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친 37.2%다.
업계 관계자는 “힐하우스가 책정한 이지스자산운용의 밸류에이션이 마스턴투자운용의 향후 매각가 산정 및 행보에 결정적인 기준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번 매각은 단순한 주인 교체를 넘어 국내 부동산 운용업계를 이끌어온 1세대 창업주 시대가 저무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관주 기자 punch@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