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상가 설득 끝에 교통심의 통과
예산 절감ㆍ유관기관 협력으로 신속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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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생긴 모습. / 사진 : 서초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17년 동안 지상에서는 건널 수 없던 길이 드디어 열렸다.
서울 서초구가 지난 8일 반포‧잠원동 주민들의 숙원으로 손꼽혀 온 ‘고속터미널사거리 전방향 횡단보도’를 공식 개통했다고 10일 밝혔다. 고속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고투몰 등 대형 시설이 밀집한 데다 반포자이‧원베일리 등 대규모 주거단지까지 들어선 이 지역은 그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보행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지상 횡단보도가 없어 주민과 관광객 모두 지하도상가 계단을 반드시 이용해야 했던 불편은 특히 컸다. 작년 12월 ‘고터‧세빛 관광특구’ 지정 이후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거세지고, 잠수교 보행화 사업까지 더해지면서 “지상에서 안전하게 길을 건너고 싶다”는 요구는 더는 미룰 수 없을 만큼 시급해졌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지상 횡단보도 신설이 상권을 침체시킬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고, 거대한 지상 구조물 때문에 보행자 대기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출입구 이설 역시 합의가 쉽지 않아, 사업은 여러 해 동안 멈춰 서 있었다.
막힌 과정을 움직인 건 서초구였다. 구는 고투몰‧센트럴시티 등과 상권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며 특구 지정이라는 동력을 확보했고, 지하도상가 출입구를 옮기는 대신 우회전 차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약 20억원의 공사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냈다. 보행 안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서울경찰청과 서초경찰서도 힘을 보태면서, 사업은 올해 5월 서울경찰청 교통심의를 최종 통과했다. 이숙자 시의원, 박상혁 시의원, 서울시 도로계획과 등 여러 기관의 지원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공사도 빠르게 추진할 수 있었다.
서초구는 이번 개통으로 민선 8기 이후 반포동사거리, 고속터미널사거리 등 총 13곳에 횡단보도를 새로 설치하게 됐다. 지역 간 연결성을 높이고 보행권을 넓히는 구정 방향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성수 구청장은 “이번 횡단보도 개통을 통해 반포‧잠원 지역 주민은 물론 고속터미널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도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보행권을 확보하고, 지역과도 상생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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