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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지구 전경. 멀리 세운4구역과 종묘가 보인다. / 사진 : 임성엽 기자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 관내 정비사업장들이 대거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정부의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 관내 광범위한 지역이 ‘세계 유산영향평가’ 구역으로 묶여 정비사업장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11일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법 개정안 시행 시 6개 자치구(강북5개, 강남1개), 38개 구역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파악했다. 세운지구 2~5구역 포함 이문 3구역, 장위 11구역, 장위 15구역 등 강북 지역 재건축ㆍ재정비 촉진 사업이 폭넓게 영향을 받고 강남에 위치한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도 영향권에 놓였다.
서울시는 규제로 인해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면 그동안 재정비를 기다려온 주민들은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위협 받을 뿐만 아니라 ‘노후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등 삶의 질 또한 심각하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서울엔 세계유산 반경 500m 내에 노후화된 주거 밀집 지역이 즐비한데, 일률적으로 겹규제가 시행되면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노후저층주거지 주민들은 주거환경을 개선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특히 진행 중인 정비사업 현장에서 규제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막대한 이자와 공사비 증액분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인 원주민들의 추가 분담금으로 이어져 평생 일군 집 한 채를 지키지 못하고 쫓겨나는 주민도 속출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규제 신설로 광범위한 지역이 묶이면서 주택 공급 지연, 투자 위축 등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도시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도시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강북 죽이기 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중단’까지 우려하는 이유는 500m 이내 의무 세계유산영향평가제도의 부작용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세계유산이면서 국가지정문화유산 주변 500m 이내에서 대규모 건축물 지을 경우 국가유산청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500m 이내에서 대규모 건축물 공사 시 소음이나 진동, 대기 오염 등 환경저해행위가 있으면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시는 이 조항을 두고 높이ㆍ경관 등 이미 촘촘하게 운영 중인 ‘도시 관리 시스템’에 ‘500m 이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획일적으로 추가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이중 규제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운4구역처럼 적법 절차를 거쳐 정비계획을 고시한 사업에 새로운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법률상 신뢰보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로 ‘절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세운4구역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는 이해하지만 ‘세계유산 보호’는 물리적 보호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유산 보호 인식과 지역 지지가 병행되어야 한 문제다. 해당 권고가 국내 법적 절차와 주민들의 권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주변 지역에 낙후를 가져온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유산을 보호하는 데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행령 개정안의 영향을 면면이 따져 보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이 마련되도록 지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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