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아파트 밀집 주거환경…거주자 안전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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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로 그을린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연합 제공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홍콩 아파트 ‘웡 푹 코트’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160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고층 아파트 비중이 높은 국내에서도 거주자의 실질적 안전을 보장할 예방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법규는 소화기ㆍ완강기 등 소방설비 의무 설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화재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인 유독가스를 차단할 화재대피마스크 등에 대한 조항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11일 홍콩 당국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가연성 자재로 인해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엘리베이터 창문에 인화성 높은 스티로폼 덮개가 설치돼 불이 건물 내에서 순식간에 번지고, 복도를 통해 거주 공간에 옮겨 붙었다. 이 과정에서 입주민 대피 지침은 작동하지 않았다.
최근 초고층 건물의 화재 사례를 살펴보면, 초기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때문에 거주자들은 건물 밖으로 대피하기 전에 유독가스를 흡입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소방업계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화염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10% 정도고, 유독가스에 질식돼 사망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화재 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선 거주자의 호흡기 보호가 필수적인데, 국내에선 입주민을 보호할 장비가 거의 없다.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 등에선 소방시설법에 따라 소화기ㆍ경보설비ㆍ완강기 등은 의무 설치돼 있지만, 화재대피마스크에 대한 설치 규정은 찾을 수 없다.
대피용 마스크는 화재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로부터 착용자의 눈ㆍ얼굴ㆍ호흡기를 보호하는 장비다. 제품에 따라 약 15∼40분간 산소를 공급하며, 거주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역사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화재대피마스크가 비치돼 있으나,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일반 건축물엔 비치 의무가 없다.
소방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화재대피마스크의 법제화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일부 업체들은 정부ㆍ국회를 통해 대피용 마스크 의무 배치에 관한 입법제안을 했으나,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요양원ㆍ어린이집ㆍ고시원 등 다중이용시설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젖은 손수건 등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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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일부 지자체에선 예산을 활용해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전북 장수군의회다. 장수군의회는 지난 1일 본청,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의료기관, 어린이집, 노인·장애인 복지시설에 화재대피마스크 비치를 권장하고, 관련 비용을 군 예산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 시 초기 대피 과정의 5분 만이라도 유독가스 흡입을 막을 수 있다면 시민의 생존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화재대피마스크의 필요성은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나 문제는 비용이다. 개당 수만원대 마스크의 전면 의무화가 어렵다면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일부 비용을 지원하거나, 취약 시설을 대상으로 한 부분적 의무화를 시행한 뒤 중장기적으로 고층 아파트 등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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