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여부 놓고 행정소송 1심 선고
‘도시관리계획 적법성’ 판단 주목
서울시 “교통약자 접근성 위해 필요”
64년 케이블카 독점운영도 판단대상
결과 따라 사업재개ㆍ장기표류 촉각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남산 곤돌라 설치 여부를 판가름할 행정소송의 1심 결론이 오는 19일 나온다.
최근 대통령실까지 기존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 구조를 문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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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남산 케이블카 승차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안윤수 기자 ays77@ |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1시55분 한국삭도공업 등이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 1심 판결을 선고한다.
남산숲 지키기 범시민연대 공동대표인 정모씨와 남산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 2명도 원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양쪽은 지난 8월22일 변론종결 이후 선고를 한 달 앞둔 지난달 19일부터 물밑에서 치열한 서면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쪽에서 재판부에 참고서면을 내면, 다른 쪽에서도 참고서면을 제출해 받아치는 식이다.
원고 측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서울시는 법무법인 지평과 대륙아주가 소송대리를 맡고 있다.
다만 참고서면은 새로운 주장보다는 기존 주장을 정리ㆍ강조하는 내용 위주인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이 워낙 많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를 위해 기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한 게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다.
시는 남산에 높이 30m 이상 중간 지주(철근 기둥)를 설치하기 위해 곤돌라 사업 부지의 용도구역을 변경했다. 원고 측은 시의 처분이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 기준을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맞선다.
특히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의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인 인기 등으로 남산 관광객 수요가 늘어나 기존 케이블카를 타려면 최소 1~2시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시민의 편의와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곤돌라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산 관광객은 연간 1100만 명에 달한다.
게다가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곤돌라 설치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케이블카는 1961년 정부의 허가 이래 한국삭도공업이 3대에 걸쳐 64년째 독점 운영하고 있지만, 국유지 사용료는 연간 1억원대에 불과하다. ‘남산의 봉이 김선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권과 교육환경권 침해 여부도 쟁점이다. 원고 측은 곤돌라 노선이 남산 인근 학교와 주거지역 인접 구간을 통과하면서 소음과 경관 훼손, 사생활 침해, 학습 환경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법원은 앞서 원고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환경상 이익과 교육환경권 침해 가능성에 대해 ‘본안 소송에서 다툴 여지가 존재한다’고 판단해 공사 진행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서울시는 곤돌라가 환경 훼손 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의 결론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많다.
행정소송 전문가인 A변호사는 “법원이 집행정지 단계에서 ‘곤돌라 설치로 남산의 생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한 부분 등은 원고 측에 유리한 반면, 시민들의 편의와 교통약자의 접근성 개선 등 공공복리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적법하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집행정지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와 본안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당초 집행정지 사건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가 본안 사건도 심리하고 있었지만, 올해 2월 법원 정기인사 과정에서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판사가 행정3부 배석판사로 오면서 사건은 행정6부로 재배당됐다.
만약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면 시는 후속 인허가 절차를 거쳐 사업 재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공사는 공정률 15%에서 중단된 상태다.
이 경우 한국삭도공업 등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집행정지를 다시 신청할 수 있지만, 2심에서 집행정지 신청이 다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1심에서 행정처분의 적법성이 인정됐다면 2심의 집행정지 판단 기준은 훨씬 엄격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판부가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곤돌라 사업은 다시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소송과 관계없이 곤돌라 공사를 즉시 재개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법원이 원고적격(소송을 낼 자격)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인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이 ‘각하’로 끝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각하란 소송 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법원이 본안을 심리하지 않은 채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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