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위종선 기자] 여수MBC(MBC전남) 청사의 순천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여수 지역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기명 여수시장이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직접 거리 행진에 나서는 등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이 사안이 지역 정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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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여수시와 시의회, 시민단체가 참여한 범대위가 15일 시의회 청사에서 ‘여수MBC 지키기 결의대회’를 열고 순천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 사진: 위종선 기자 |
◇ 범대위, 시의회서 결의대회 후 1.5km 거리 행진
지난 15일 여수시와 시의회,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범대위는 시의회 청사 1층 공감 뜨락에서 '여수MBC 지키기 대시민 토론회 및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정기명 시장과 백인숙 의장, 시민 등 300여 명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여수MBC는 시민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순천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성토하며, 이전 계획 철회와 공영방송의 책무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행사 직후 이들은 시의회에서 출발해 해양경찰서를 거쳐 여수MBC 삼거리까지 약 1.5km 구간을 행진하며 반대 구호를 외쳤다.
정기명 시장은 "여수MBC가 지금이라도 시민들께 사죄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대화를 통해 시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시는 어떠한 제안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철회를 전제로 대체부지 제공 등 행정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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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후 참가자 300여 명은 시의회에서 여수MBC 삼거리까지 1.5km 행진하며 반대 구호를 외쳤다. 정기명 시장은 “시민 합의가 이뤄진다면 대체부지 제공 등 행정 지원도 가능하다”고 밝혀, 향후 협상 국면을 예고했다. / 사진: 위종선 기자 |
◇ 14년 만의 '완전 이전' 추진… 배경은
이번 사태는 2011년 여수·순천MBC 합병으로 'MBC전남'이 출범한 이후 14년 만에 불거졌다. 사측은 1991년 준공된 여수 문수동 사옥의 노후화와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통합 청사 건립을 추진해 왔다.
특히 지난 9월, MBC전남이 순천시와 '순천만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입주를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순천시는 국가정원 인근 단지에 방송사를 유치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여수 지역사회는 이를 지역 방송 주권 상실이자 '밀실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적 파장' 예고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정기명 시장은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 실패를 겪은 만큼, 임기 말 주요 방송사 이탈이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이례적으로 시민단체와 연대해 강경 대응에 나선 것도 이러한 절박한 위기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해양박물관 유치 실패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터진 악재"라며 "만약 방송사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현 집행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 유권자 박 모(56)씨 또한 "경쟁자 입장에서는 정 시장의 가장 아픈 곳을 파고들 기회 아니겠느냐"며 "단순한 기업 유출을 넘어 '여수의 도시 경쟁력이 무너졌다'는 여론이 확산되면 내년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여수시가 제시할 구체적인 협상안과 이를 둘러싼 경쟁 후보군의 대응 논리는 특히 내년 선거판을 흔들 핵심 뇌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위종선 기자 news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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