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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백년학교 다 사라진다”…종로구, 중학교 학급 감축에 공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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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16 09:26:44   폰트크기 변경      
교육청, 종로 4개교 학급 축소 통보

“최소 4학급 붕괴 땐 운영 한계”
자유학구제 등 도입 요구



4개 중학교(덕성여중·배화여중·서울사대부설여중·중앙중) 및 재동초 교장단 간담회. / 사진 : 종로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추진되는 서울시교육청의 중학교 학급 수 감축을 두고 종로구가 “도심지 백년 학교를 폐교 수순으로 몰아가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종로구에 따르면 정문헌 구청장은 지난 12일 덕성여중·배화여중·서울사대부설여중·중앙중·재동초등학교 교장들과 구청에서 회의를 열고, 교육청의 학급 감축 계획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논란의 발단은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이 지난 5일 발송한 ‘2026학년도 중학교 소요 학급 편성 안내’ 공문이다. 해당 공문에 따라 종로구 내 4개 중학교는 내년도에 각각 1개 학급씩 줄여야 할 상황에 놓였다. 중앙중은 올해 이미 교원 감원이 이뤄졌고, 덕성여중과 배화여중 역시 학급 감축을 겪었다.

회의에 참석한 교장들은 학급과 교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경우 학교 운영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 참석자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학년당 최소 4개 학급은 필요한데, 일정 규모가 무너지면 체육대회 등 기본적인 활동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학급을 계속 줄이다 보면,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종로구의 지역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컸다. 한 참석자는 “종로에 100년 넘는 학교가 많은데 모두 문 닫게 놔둘 수는 없다. 우리 지역의 학급 수와 교사를 줄여 다른 지역을 늘리는 방식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종로구에는 초·중·고교 36개가 있으며, 이 중 21개교(58%)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학교다.

구청에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구 관계자는 “대책이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통보하는 처사는 학부모와 학생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종로구는 백년 학교의 교육적 가치와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청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서울 전역에서 학생들이 희망하는 중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학구제와 같은 특별 제도 도입도 건의할 계획이다. 인구 규모가 큰 자치구와 종로 같은 도심 자치구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학급 수를 줄이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역 특성과 인구 구조를 반영한 탄력적 기준 마련도 촉구하기로 했다.

구는 지난 15일 교육청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으며,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의 면담도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정문헌 구청장은 “역사와 전통의 백년 학교를 살리기 위한 학교와 지역사회의 노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교육의 효율성만 쫓는 정책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학생 수와 학급 수 감소 상황 속에서도 교육 환경을 지키고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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