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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너졌다. 지난 11일 광주대표도서관 건설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근로자 4명이 매몰돼 숨졌다. 지난달 6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철거과정에서 붕괴돼 7명이 숨진 지 한 달여만이다. 잊을만하면 대형사고가 터진다.
정부는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 강화에 이어 매출액의 3% 과징금 부과, 건설공사 입찰참여 제한 등 처벌 수위를 높이고 제재 방법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할 수준이지만, 기업이 겁을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더 강한 제재 방법을 찾는 분위기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 잠정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건설현장에서 210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7명이 늘어난 수치다. 정부와 대통령이 연일 산업재해 사망사고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감옥에 보내고,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고, 건설공사 입찰 참여 제한을 통해 일감을 차단한다고 하는데도 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쯤 되면 정부도 처벌 위주의 대책이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인지 다시 살필 때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대표도서관 건설현장 붕괴사고에서는 살펴볼 대목이 있다. 이 공사는 지난 2022년 H사(51%)와 K사(49%)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그런데 착공 이후 H사의 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결국 3개월 후 K사가 공사를 재개했다. 떠맡은 공사의 뒤처진 공사기간을 따라잡고자 공사 속도를 높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기업의 부실화가 건설공사의 부실화로 이어진 셈이다. 무너진 건설현장에 앞서 건설기업이 무너진 것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말소ㆍ폐업 건설사는 2298곳에 달한다. 이달 8일 기준으로 올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곳은 3049곳이다. 자본금이나 기술인력 등 등록기준을 맞추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설업계의 한 지인은 이번 광주대표도서관 사고현장을 접하자마자 “용접에 문제가 있다. 현장에 기술자가 없고 미숙련 외국인만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무너지고 인력이 떠나지만,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사고 나면 처벌할 거야’라는 으름장만 뒤따른다.
건설업계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적정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폭등했고, 이상기후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기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공사비와 공사기간 산정기준이 마련이 업계의 요구이자 해법이다. 사고는 ‘빨리빨리’에서 발생한다. 이번 기회에 ‘빨리빨리’가 아니라 ‘느긋한’ 공사가 미덕으로 자리 잡게 하는 건 어떨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한 중대재해 발생 현장을 찾아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거라면 그건 정말로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공공공사의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책정하는 정부는 어떤가.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김정석 정치사회부장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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