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성수에 신사옥 조성
스마일게이트, 제주에 테마파크
넥슨, 서울강남ㆍ제주에 거점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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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수동 옛 이마트 본사 부지에 크래프톤의 본사 건축 현장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 사진: 민경환 기자 |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성수역 3번 출구로 나오자, 겨울비가 내리는 스산한 날씨에도 2030 세대 젊은이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개성 넘치는 팝업스토어로 가득한 카페거리를 따라 걷다보니, 초록색 가벽으로 둘러싸인 대규모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펍지: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이 과거 성수 이마트 본점 부지에 조성 중인 신사옥 건축 ‘K-프로젝트’ 현장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가 ‘랜드마크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오프라인 문화 공간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컴퓨터 속 세상을 주무대로 삼던 게임사들이 팝업의 성지인 성수, 대표 관광지 제주,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일대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게임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고객층 저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전략이다.
크래프톤의 K-프로젝트는 지하 8층부터 지상 17층까지 연면적 7만평 규모의 대형 건축물로 재탄생한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설계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프로젝트를 맡아 2027년 9월 완공 목표다.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시민과 호흡하는 문화 거점을 지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층부에는 e스포츠 행사와 전시, 공연이 가능한 다목적 시설이 들어서고, 옥상은 성수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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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래프톤 신사옥 조감도. / 사진: 서울시 제공 |
크래프톤 신사옥은 성수 연무장길에서 도보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 한국 유통의 상징이던 이마트 본사가 위치해 있던 이 부지가 게임사로 변신하는 건 성수가 콘텐츠로 MZ세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패션ㆍ뷰티ㆍ콘텐츠 업계는 성수를 새로운 도약의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무신사, 젠틀몬스터 등은 성수로 본사를 옮겼고, 올리브영도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 ‘올리브영N’을 성수에 조성하며 브랜드 홍보 경쟁에 나섰다.
동시에 크래프톤은 성수동과 서울숲 일대 부동산 10여 곳을 사들이며 ‘크래프톤 타운’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사옥을 중심으로 반경 2∼3㎞ 내에 개발 스튜디오와 브랜드 체험 공간 등을 집약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문을 연 복합 문화공간 ‘펍지 성수’는 카페와 굿즈숍, PC방을 결합한 형태로 평소에는 지역사회 소통 창구로, 이벤트 기간에는 강력한 팝업스토어로 활용되며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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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의 대표 IP ‘메이플스토리’를 테마로 한 ‘메이플아지트’. / 사진: 넥슨 제공 |
스마일게이트와 넥슨 역시 오프라인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제주 서귀포에 축구장 8배 규모의 테마파크를 조성 중이다. 조형물 감상과 휴식을 테마로 한 이 공간은 관광열차 등 놀이기구까지 갖춰, 온라인 게임 IP가 어떻게 실체적인 문화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접근성이 뛰어난 강남역 인근에 인기 IP ‘메이플스토리’를 테마로 한 상시 거점을 마련했다. 굿즈숍과 PC방을 결합해 팬들이 언제든 브랜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제주에서는 아시아 최초의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장기간 운영하며 게임의 기술적·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회장은 “대형 게임사의 오프라인 공간 진출은 업계 전반의 인식 개선과 함께 신규 이용자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개별 게임사 입장에서도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일 수 있어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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