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ㆍMBK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경영권 방어 목적”
고려아연 “반대를 위한 반대…미국 진출 최적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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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영풍 로고./사진: 각 사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의 핵심광물 제련소를 짓기로 한 결정이 경영권 분쟁 상대인 영풍ㆍMBK파트너스와의 법정 공방으로 비화했다. 영풍ㆍMBK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가 아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문제라는 주장에서다. 고려아연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맞섰다.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전쟁부(국방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통합제련소를 건설하기로 의결했다. 투자 규모는 약 10조원(Capex 기준)이며, 운용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원(74억 달러)이다.
제련소에서는 아연ㆍ연ㆍ동 등 기초금속부터 안티모니ㆍ갈륨ㆍ게르마늄 등 전략광물까지 총 13종의 제품을 생산한다. 이 중 11종은 미국 내무부 지정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된 품목이다.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해 2027년 착공, 2029년 단계적 가동에 들어간다.
자금은 미국 전쟁부와 투자자들이 21억50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 미 상무부가 CHIPS법에 따라 2억1000만 달러(약 3100억원)를 각각 투입하는 구조다.
◆ 트럼프 행정부 “핵심광물 판도 바꾸는 획기적 딜”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transformational deal)”이라며 “미국은 항공우주ㆍ국방, 반도체, AI,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13종의 핵심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은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로 투자해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현지 아연 제련소를 건설하는 이번 결정은 지난 50년간의 제련산업 쇠퇴를 되돌리는 전환점”이라고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현재의 글로벌 정세와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맞물리는 지금이 미국 진출의 최적 시기”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재무적 투자자들이 전체 자금의 90% 이상을 투자해 재무안정성이 개선되는 동시에 제련소 건설 부담도 덜게 됐다”며 이번 사업이 ‘퀀텀점프’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사진: 고려아연 제공 |
◆ 영풍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문제”…고려아연 “반대를 위한 반대”
영풍ㆍMBK는 투자 구조에 반대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영풍ㆍMBK는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면서도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이 상법과 판례가 금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영풍ㆍMBK는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기업들 출자금을 모아 합작법인(JV)을 신설하고, 이 합작법인이 다시 고려아연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이례적인 방식을 택했다”며 “자금조달 목적이라기보다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회사 측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명확히 전달한 바 있다”며 “실제로 자금조달을 필요로 했다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인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총 11조원 중 고려아연이 현지법인 차입금 7조원 전액에 대해 연대보증을 하면서 약 8조원을 부담하는 구조”라며 재무적 리스크도 꼬집었다.
영풍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서도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협력을 빙자해 특정 개인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삼는 시도가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MBKㆍ영풍은 고려아연을 여전히 적대적 M&A 대상으로 바라보며 프로젝트 가치를 폄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절차 논란에 대해서는 “이사회와 별도로 이틀에 걸쳐 4시간 이상씩 안건 설명회를 진행했고, 이사회 당일에도 7시간 동안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보고하고 질의응답을 거쳐 승인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고려아연은 합작법인 의결권에 대해 “JV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며, 내부 의사결정은 미국 전쟁부 등 외부 전략투자자가 주도한다”고 밝혔다.
가처분 사건은 통상 심문 후 수 주 내 결론이 나온다. 이번 가처분 결과도 연내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이번 결정이 미국 제련소 추진 일정은 물론 경영권 분쟁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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