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인재 확보 위한 ‘부의 사다리’ 전략 제시
이공계 인재 의대쏠림ㆍ해외유출 막기 위한 보상
![]() |
| 백광현 중앙대 교수가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가 AI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 ‘30대에 자산 20억~30억원 형성이 가능한 커리어 패스’를 제시했다.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반도체 분야로 우수 인재를 끌어오기 위한 파격적인 보상 체계다.
1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에서 백광현 중앙대 교수는 “반도체 연구자가 더 빨리 더 큰 부자가 되는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며 이 같은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인재 확보가 시급한 이유는 AI반도체 산업의 폭발적 성장 전망 때문이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AI반도체 시장은 2024년 890억 달러(약 130조원)에서 2035년 7750억 달러(약 1100조원)로 9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23%씩 성장하는 셈으로, 일반 반도체 성장률(8.6%)의 약 3배에 달한다.
문제는 이 거대한 시장을 잡을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AI반도체는 칩 설계부터 제조, 조립,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구축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로 몰리고 있고, 반도체 분야 우수 인력은 연봉이 몇 배 높은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위원회가 제안한 핵심 전략은 반도체 인재를 위한 ‘부(富)의 사다리’ 구축이다. AI와 반도체를 함께 배우는 통합학과 학생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전액 지원하고, 졸업 후에는 의대 출신 초봉을 뛰어넘는 연봉과 함께 회사 지분을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 성과급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연구자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제안됐다. 의사에게 ‘MD(Doctor of Medicine)’가 있듯이 반도체 전문가에게 ‘Doctor of Chip(DoC)’이라는 새로운 학위를 만들고, 국가가 선정하는 최고 과학자 명단에 AI·반도체 분야 쿼터를 매년 20% 이상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현행 스톡옵션 제도의 문제점 개선도 담겼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직원에게 미래에 정해진 가격으로 자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으로, 스타트업이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핵심 수단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현재는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시점, 즉 주식을 사는 순간에 세금이 부과된다. 아직 주식을 팔아 현금을 손에 쥔 것도 아닌데 세금부터 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나중에 세무당국이 주식 가치를 다시 평가해 추가로 세금을 물리는 경우도 있어 ‘세금 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위원회는 세금 부과 시점을 실제로 주식을 팔아 돈을 받는 때로 미루고, 사후에 추가로 세금을 매기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 인재 유치와 국내 인재 유출 방지 대책도 포함됐다. 전 세계 상위 5% AIㆍ반도체 인재에게 한국 체류와 취업을 쉽게 해주는 특별 비자를 발급하고, 가족까지 포함해 영주권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나 부품ㆍ소재 중소기업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고동진 국회의원은 “엔비디아에 들어가면 고성능 반도체를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연봉도 5~6배 높아 해외로 나가는 인재를 못 잡고 있다”며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석·박사를 쉽게 정착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러한 인재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연 1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융합형 인재를 키우려면 대학과 기업이 함께 운영하는 캠퍼스 20곳 이상, 기업 현장과 대학 강단을 오가는 겸직 교수 1000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특별위원회는 지난해 2월 김기남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삼성전자 고문) 주도로 출범해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이 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 주요 참석자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