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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 SK하이닉스 사장 “AI반도체, 생태계 없다면 기술ㆍ사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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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17 16:03:04   폰트크기 변경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서 韓 AI 반도체 산업 현주소 진단
“중국은 자국산 AI칩 50% 의무화…한국은 아직 각개전투”

해법으로 국가차원 산업망 ‘K-AI 버추얼 빅테크’ 구축 제안


안현 SK하이닉스 사장이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 강주현 기자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우리나라 큰일 났다.”

1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에서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CDO) 사장은 한국 AI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표현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지만, AI반도체 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안 사장은 “한국은 다양한 기술과 사업역량을 갖고 있지만 분절되어 각개전투 중”이라고 지적했다. AI 서비스, 데이터센터 인프라, 운영체제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반도체를 둘러싼 전후방 산업이 모두 취약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칩 하나만 잘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칩을 활용하는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이를 운영하는 시설까지 갖춰야 하는데 한국은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주요국의 AI반도체 육성 전략은 한국과 온도차가 크다. 중국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반드시 자국산으로 구매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부 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자국산 AI칩 사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화웨이, 캠브리콘 등 중국 기업들이 만든 AI칩을 정부가 직접 밀어주는 구조다.

미국은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약 70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25%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며 TSMC, 삼성,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이끌어냈다. 일본은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약 8조원을 투입하고, 외국 기업이 일본 반도체 인력을 채용하면 인건비까지 지원해준다.

안 사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K-AI 버추얼 빅테크’ 구축을 제안했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위탁생산 공장, 반도체 조립·검사 업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AI 서비스 회사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국가 차원의 통합 산업망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개별 기업이 흩어져 경쟁하는 대신, 정부가 중심을 잡고 관련 산업이 손잡아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기술기업처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실행 순서도 제시했다. 우선 국방 분야에서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시범 구축하고, 이후 에너지ㆍ의료ㆍ통신ㆍ금융 분야로 확대한 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단계별 계획이다.

안 사장은 “AI 기술과 사업 역량은 AI반도체가 있어야 하고, AI반도체 역량은 산업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며 “취약점을 직시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가 주도권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반도체특별위원회는 지난해 2월 김기남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삼성전자 고문) 주도로 출범해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이 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안현 사장은 서울대 이혁재 교수와 함께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이번 포럼을 이끌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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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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