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AI 반도체 수요 확산과 첨단산업 공급망 구조 변화’ 발표
빅테크 AI 투자 확대에도 수익성 유지…“닷컴버블과 달라”
“한국 메모리, 중장기 안정적 수요 확보할 것”
![]() |
|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2026년 세계경제통상전망 세미나'에서 주제발표하고 있다 / 김희용 기자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인공지능(AI) 과잉투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시장은 버블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 AI 투자를 하면서도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글로벌산업분석부 연구위원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2026 세계경제통상전망 세미나’에서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이날 채 연구위원은 “AI 버블 논란이 있지만 아직은 버블이 아니다”라며 “2000년 닷컴버블 시기와 달리 현재 AI 선두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견조하고, 메모리 수요는 2030년까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버블 논란은 S&P500 지수 내 빅테크 7개사(M7)의 시가총액 비중이 2000년 닷컴버블 시기보다 높다는 점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채 연구위원은 “시총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2000년대 닷컴버블 시기에는 없는 돈으로 투자했고 실적이 주가를 따라오지 못했다”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로 인한 투자를 매년 엄청나게 하고 있으며, 투자하는 자본적지출(Capex)도 계속해서 상향 조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잉여현금흐름(FCF)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AI 투자를 하는데 거기서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채 연구위원은 “AI 클라우드가 일반 클라우드 대비 하드웨어 비용이 비싸 당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없는 돈을 쪼개거나 손해를 보며 투자하는 게 아니다”라며 “버블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기업용 AI 시장 점유율 1위인 앤트로픽은 2027년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채 연구위원은 “오픈AI는 B2C에서 소비자형 점유율 1위인 반면 앤트로픽은 기업용 B2B에서 1위를 하고 있다”며 “B2B 영역에서는 확실하게 AI 수익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AI의 공격적 투자도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오픈AI는 올해 오라클,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과 총 38.2기가와트(GW) 규모의 AI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다.
채 연구위원은 “오픈AI가 비공식적으로 밝힌 장기 목표는 250GW로, 현재까지 조달한 물량은 전체 목표 대비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수요 급증이 이를 입증한다는 설명이다.
채 연구위원은 “8월 초부터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메모리 반도체로 크게 흘러들어왔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왜 수요가 들어오는지 몰랐다”며 “HBM(고대역폭메모리)만 있으면 될 줄 알았던 AI 인프라가 범용 D램과 낸드까지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라고 전했다.
메모리 수요 급증의 핵심은 ‘토큰’ 증가다. 채 연구위원은 “구글 AI 플랫폼에서 처리된 월간 토큰 사용량이 1년 사이 50배 증가했다”며 “지금은 텍스트 기반이지만 앞으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로 가면 영상과 이미지 토큰이 생성되면서 텍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메모리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메모리 업체들에게도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채 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 투자가 단순히 경기에 따라 민감도가 달라지는 과거 투자에서 벗어나 인프라 투자 성격이 됐다”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Capex 플랜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거기서 20% 정도를 차지하는 메모리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구조적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메모리가 경기순환 성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소비자형 디바이스에서 수요가 발생하던 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요 증가를 맞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 연구위원은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도체 최대 소비처가 미국 데이터센터인데 관세를 부과하면 TSMC나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모두가 미국 밖에서 생산을 하기 때문에 미국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며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 업체인 마이크론조차 현지엔 반도체 생산시설이 없고, 현지 생산시설 구축 계획 역시 계속해서 관련 작업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 방어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