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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고환율로 물가·양극화 악화…전통적 금융위기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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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17 17:15:00   폰트크기 변경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환율 수준을 두고 “위기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 성격은 과거와는 굉장히 다르다”고 밝혔다. 외채 부실로 금융 시스템이 붕괴됐던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전통적인 금융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17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현재 우리는 순채권국가로, 해외 자산이 더 많기 때문에 환율이 절하될 경우 오히려 이익을 보는 분들도 굉장히 많이 계신다”며 “그런 의미에서의 전통적인 금융위기라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총재는 지금의 고환율을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다른 면에서는 위기라고 얘기할 수 있고, 그 부분은 상당히 걱정스럽다”며 환율이 물가와 성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도 147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현재 전망치(2.1%)를 웃돌아 2.3%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환율이 1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가 약 0.3%포인트(p) 오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개월 만에 장중 1480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금 환율 수준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며 “환율이 이렇게 올라가게 되면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나 조선 등 수출이 잘되면서 우리 경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수입업자들은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잘되는 쪽은 수출이고, 잘 안 되는 부분은 내수·건설·자영업으로, 흔히 말하는 K자형 성장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율 상승은 이런 격차를 훨씬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며 “사회적인 화합을 이루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한은이 최근 국민연금과의 외환 수급 조율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단순히 환율 변동성만이 아니라 환율 수준(레벨)에 대한 문제의식도 함께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정부가 국민연금과 함께 대응하고 있는 부분은 변동성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율 수준도 함께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미국 환율이 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만 한동안 절하 국면으로 간 데에는 내부적인 요인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 수급 요인을 조정하면서 대응하려 하고 있다”며 “국민연금과 복지부도 국민연금이 갖는 거시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조율해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환율 상승 요인으로 수급만을 언급하는 데 대한 오해도 직접 해명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결정되는 데에는 한미 간 경제성장률 차이,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장기적인 요인들이 당연히 작동한다”며 “그걸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요인들은 개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로서는 단기적으로 조정 가능한 수급 요인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수급 요인을 언급했다고 해서 특정 그룹을 탓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방식과 관련해서는 ‘투명성’이 오히려 환율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얼마가 나가고, 언제 헤지가 나오고 중단되는지가 시장에 너무 잘 알려져 있다”며 “이로 인해 특정 박스권 인식이 형성되고 환율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부 룰이 환율 흐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했고, 환헤지 방식과 포뮬라를 보다 유연하게 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교과서적으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물가지만, 어떤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서 금리 정책을 바꾼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지난 11월 금리 결정 당시에도 금융통화위원 가운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분은 없었기 때문에 그때그때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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