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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후임 못 채운 현대차그룹…SDV 전환 ‘절반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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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18 16:34:37   폰트크기 변경      

R&D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AVP본부장은 “빠른 시일 내 선임”
내부 승진 가능성에 무게…“외부 영입 시 조직 또 흔들릴 수 있어”


현대차ㆍ기아 양재 본사./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현대차그룹이 연말 인사에서도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을 이끌 첨단차량플랫폼(AVP)본부장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 5일 송창현 AVP본부장이 사임한 이후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빠른 시일 내 선임한다는 방침이며, 업계는 내부 승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AVP본부는 현대차그룹에서 SDV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와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 AI’ 등 핵심 기술 내재화를 담당한다. 이날 인사에서 R&D(연구개발)본부장에 발탁된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하드웨어와 차량 개발을 이끈다면, AVP본부장은 소프트웨어 영역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글로벌 SDV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도 신임 AVP본부장 인선이 늦어지는 건, 그룹 차원에서도 송 전 사장의 사임을 예상치 못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송 전 사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계약을 연장했지만, 기존 조직과의 갈등 심화 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임직원에게 고별 메시지를 보냈던 시점도 공식 인사가 나기 전이었다.


올 초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Pleos 25‘에서 송창현 전 사장이 연설하고 있다./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송창현 후임에 “내부 승진 가능성”

송 전 사장의 후임으로는 내부 승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갑작스런 사임에 따른 내부 동요 수습이 먼저인 만큼, 안정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또 송 전 사장이 외부 인사였던 만큼, 그의 후임까지 외부에서 영입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부터 송 전 사장의 후임을 물색해왔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체제를 이어온 것으로 안다”며 “외부 인사를 데려왔다가 조직이 다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안정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AVP본부장 공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후임을 빠른 시일 내 선임할 계획”이라며 “송 전 사장의 주도로 구축해온 SDV 개발전략 수립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율주행 기술 등의 기술 내재화를 바탕으로 SDV 핵심기술의 양산전개를 위한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SDV 경쟁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파격 인사’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왼쪽부터 최영일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부사장), 이보룡 현대제철 대표이사(사장),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겸 기아미국 법인장(사장), 지성원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부사장)./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그룹 컨트롤타워 재정비…40대 발탁 확대

이번 인사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 체계도 재정비됐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가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해 그룹사 간 사업 최적화를 주도한다. 기존에 기획조정 업무와 완성차 업무를 겸직했던 장재훈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담당 부회장으로서 모빌리티ㆍ수소 에너지ㆍ로보틱스 등 그룹 핵심 미래 사업의 전반적인 추진 방향을 조율하고 시너지 제고에 집중한다. 

40대 차세대 리더 발탁도 대폭 확대했다. 2년 연속 현대차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리는 데 기여한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지성원 전무(만 47세)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상무 신규선임자 중 40대 비율은 2020년 24%에서 올해 약 50%까지 크게 올랐고, 상무 초임 평균 연령도 올해 처음 40대로 진입했다. 80년대생 상무도 조범수 현대차 외장디자인실장(만 42세), 권혜령 현대건설 플랜트기술영업팀장(만 45세) 등 12명이 새로 선임됐다.

기술인재 중용 기조도 이어졌다. 전체 승진자의 약 30%가 R&D와 기술 분야에서 나왔다. 배터리설계실장 서정훈 상무(만 47세), 수소연료전지설계1실장 김덕환 상무(만 48세) 등 그룹의 핵심 미래전략과 직결된 부문에서 인재 발탁이 이뤄졌다.

주요 계열사 인사도 단행됐다.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와 전시우 현대커머셜 대표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두 대표가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위기 관리 역량을 통해 성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장에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신용석 교수가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신용석 부사장은 글로벌 학계에서 거시경제와 경제성장 분야의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R&D와 소프트웨어,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외부 우수 인재 영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사장 4명,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176명 등 총 219명을 승진시켰다. 지난해 239명 대비 20명 줄어든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견조한 매출 성장세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 쇄신과 리더십 체질 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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