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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반응은] 중소·전문 "일단 환영" Vs. 대형사 "소송 남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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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26 06:00:36   폰트크기 변경      
업계, 법 시행 전 의견 수렴 등 강조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건설업계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중소 및 전문 건설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철골구조 전문 건설사 대표는 “대형 원도급사가 우리 시공기술이나 공법을 현장에서 습득한 뒤 ‘자체 개발’이라며 특허 출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하지만 그들의 설계도면이나 시공기록을 확보할 방법이 없어 항상 당하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견사 임원은 “우리가 개발한 지하수 차수공법을 대형사가 다른 현장에 적용했다는 확신이 있어도, 그 현장의 시공 상세도나 품질관리 기록을 볼 수 없으니 소송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되면 법원이 상대방에게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어 비로소 대등한 싸움이 가능해진다”고 기대했다.

건설자재 및 기술 전문업계의 환영 목소리는 더욱 크다.

한 친환경 건축자재 개발업체 대표는 “우리 단열재의 시공 노하우를 협력사에 제공했더니, 그 회사가 우리 기술을 변형해 특허를 내고 다른 건설사에 납품하는 일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들의 제조 공정이나 원료 배합비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특허 무효 소송도 못 했다”고 말했다.

건설ICT 솔루션 기업 관계자 역시 “우리가 개발한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을 시범 적용했더니, 발주처가 우리 알고리즘 구조를 파악해 자체 시스템으로 개발했다는 의혹이 있었다”며 “이제는 상대방의 소스코드나 개발 문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어 억울한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일부 우려를 내비치는 모습이다.

한 대형 건설사 법무팀장은 “정당한 기술 보호는 필요하지만, 제도가 남용되면 모든 프로젝트마다 증거개시 요구 소송이 난무할 수 있다”라며 “특히 수십 개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대형 SOC 현장에서는 누가 어떤 기술을 먼저 개발했는지 입증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구체적 우려로는 △공사 중 소송 남발로 인한 공기 지연 △협력사 간 기술 분쟁에 원도급사 연루 △경쟁사에 영업비밀 노출 위험 △증거개시 대응 비용 급증 등이 거론된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우리가 20여년간 축적한 초고층 시공 노하우나 해외 프로젝트 수주 전략 같은 핵심 영업비밀이 ‘증거개시’라는 명목으로 경쟁사에 넘어갈까 걱정스럽다”라며 “법원의 통제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 건설산업의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환영하지만 소송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크고, 대기업의 우려 속에도 정당한 기술 보호는 필요하다는 게 업계 공통 인식”이라며 “법 시행 전 충분한 의견 수렴과 업계별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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