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파주~숭례문 노선 등 운영
‘준공영제’ 20년만에 파산 위기
운행중단 현실화땐 시민불편 가중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서울 시내버스 회사 한 곳이 심각한 경영난 속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실제 회사 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시가 버스회사 재정을 지원하는 준공영제 도입 20년 역사상 두 번째 사례로 기록된다.
특히 이 회사는 경기도와 서울, 서울 서남권을 잇는 노선들을 운영 중인데, 자칫 파산으로 버스 부분 운행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근로자에게 전가될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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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생성형 AI 이미지 |
23일 서울시와 운수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매일버스 주식회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6억700만원)가 납입자본금(16억2000만원) 보다 적은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누적된 적자로 자본금까지 다 까먹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부채비율은 3282.76%로 빚이 자본의 32배에 달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주의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회사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정을 지원하는 준공영제에선 사주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회사가 파산하는 경우는 없다”며 “이 회사 사주는 회사로부터 빌려간 거액의 가지급금을 상환하지 않고 있고, 고금리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 상태가 지속할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파산이 현실화하면 지난 2015년 용림교통 이후, 서울시 준공영제 역사상 두 번째 파산 사례가 된다.
버스회사가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부분 운행 중단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서울시버스조합 산하 운송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수공위)에서 직원 임금은 직접 지급하더라도, 버스 경영에 필요한 각종 협력업체가 납품을 거부하는 등 안정적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임금은 나가더라도 운행 대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민은 물론, 일산과 파주 등 경기북부 시민부터 경기남부권 시민 불편이 많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토피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경기 파주부터 숭례문까지 경기북부주민의 간선 노선인 703번과 함께 일산 동부경찰서에서 양재동까지 고양시민의 강남 통행 광역 노선인 9711번을 운행하고 있다. 안양 버스차고지에서 영등포, 온수동, 신촌기차역을 관통하는 5625번, 5626번, 5713번 등 지선버스도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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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행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은 버스회사를 사고파는 방식(양수도)이다. 물론 그대로 회생절차를 밟거나 △부실경영에 따른 면허 회수 후 재입찰 △지자체 직접인수(공영화) 방안도 있지만, 모두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분석이다. 기업회생도 회사 자산 동결에 따라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면허 회수는 현행법상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법적 공방이 발생할 여지도 크다. 직접인수 또한 고려하기 어렵다. 전례도 없는데다 막대한 재정부담을 촉발할 수 있다.
다행히 서울매일버스는 회사 매각을 추진 중이고, 매수 의향자도 있다. 경영능력과 자본력을 확보한 버스회사가 인수하면 부실회사 정리를 통해 서울시 준공영제 정책의 효율성도 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서울시가 회사 양수도에 고심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버스회사나 노선을 매각하려면 관할관청의 인가가 필요하다.
서울매일버스 관계자는 “현재 각종 대금이 연체되는 상황이고 연체에 따른 금융비용이 더 늘기 전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며 “서울시에 회사 양수도 관련 사전 통지를 했는데, 시에서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서울매일버스 경영난에 대해 알고 있고, 회사 양수도는 정식 신청이 오면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인건비, 연료비는 경영상황이 어렵더라도 수공위에서 직접 집행해 운송에 지장이 없다”며 “양수, 양도 요청 건이 정식으로 접수되고, 별다른 하자가 없으면 승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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