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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피플] IT서비스 ‘4色 리더십’…그룹 대전략의 실행선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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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22 05:00:23   폰트크기 변경      
이준희·현신균·김완종·김윤구, ‘대표 직속’ AI로 조직 바꾼 4인 CEO

그래픽:대한경제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국내 IT서비스 산업은 2025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다른 업종이 됐다. 그룹 전산실에서 출발해 SI(시스템통합)·ITO(IT아웃소싱)를 거쳐 성장해온 IT서비스 기업들은 더 이상 내부 지원 조직에 머물지 않는다. 인공지능 전환(AX)을 전면에 내건 지금, 이들은 그룹 전략의 실행자이자 외부 시장을 겨냥한 AI 사업자로 성격이 바뀌었다.

삼성SDS, LG CNS, SK AX, 현대오토에버 등 이른바 IT서비스 ‘빅4’는 모두 대표 직속 AI 조직을 두고 있다. AI를 실무나 조직에 위임하지 않고, 대표이사가 직접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술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를 비용이나 실험이 아닌, 권한과 책임의 문제, 즉 CEO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선언이다.

◇이준희, 기술 전문가에서 ‘전략 재편’ CEO로

이준희 삼성SDS 대표(56)는 삼성 내부에서 손꼽히는 IT·통신 기술통이다. 2006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이후, 네트워크와 무선 기술 현장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기술을 사업 전략으로 연결하는 데 강점을 보여온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삼성전자에서 축적한 네트워크·AI·플랫폼 이해도는 그가 삼성SDS 수장으로 발탁된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이 대표의 경력은 삼성그룹의 AX(인공지능 전환) 전략과의 높은 정합성을 자랑한다. 이재용 회장이 강조해 온 ‘AI·5G 중심’ 사업 방향과 이 대표의 경력 궤적이 정확히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룹 IT서비스 계열사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미션이 그에게 주어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의 선택은 명확하다. AI를 기존 사업부의 연장선에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 직후 개발·영업·기술 조직을 한데 묶은 대표 직속 ‘AX센터’를 신설했다. AI를 개별 사업의 도구가 아닌, CEO가 직접 통제하는 전사 전략으로 격상시킨 조치다. 삼성SDS의 정체성을 ‘그룹 SI 회사’에서 ‘AI 풀스택 서비스 기업’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이준희 대표를 두고 “삼성전자에서 검증된 기술 전략가를 삼성SDS에 투입한 상징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삼성SDS가 AX를 앞세워 외형 성장과 내부거래 구조 개선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낼 수 있을지다.

◇현신균, IPO 이후에도 엑셀 밟은 기술 CEO

현신균 LG CNS 대표(60)는 LG그룹 내에서 보기 드문 ‘30년 IT 전문가형 CEO’다. 그는 클라우드·스마트시티·DX를 거치며 회사의 사업 진화를 현장에서 이끈 인물이다. 그의 경력은 곧 LG CNS가 인프라 중심 IT기업에서 AI·클라우드 기반 AX 기업으로 이동해온 궤적과 겹친다.

2023년 대표이사 사장 선임은 단순한 세대교체 인사가 아니라, 구광모 회장이 추진해 온 ‘디지털 LG’ 전략을 실제로 실행해 온 인물에게 그룹 IT 계열사의 키를 맡긴 결정으로 평가된다. 현 대표는 구 회장 취임 이전부터 LG CNS에서 핵심 보직을 맡아온 ‘장수 임원’으로, 장기간에 걸쳐 쌓아온 신뢰와 성과가 대표 선임의 배경이 됐다.

그의 존재감이 가장 분명히 드러난 대목은 올해 2월 LG CNS 기업공개(IPO)다. 창립 38년 만의 첫 상장을 현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했다. 구주 매출과 해외 투자 유치를 병행하며 약 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상장 직후 LG CNS의 기업가치를 단숨에 시가총액 6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이는 단기 자금 조달을 넘어, 그룹 IT 계열사의 독립성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노린 전략적 상장으로 해석된다.

IPO 이후에도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해외 AI 데이터센터, 공공·금융 AX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LG CNS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술을 아는 CEO가 자본시장까지 설득해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LG CNS는 지금 가장 ‘CEO 색깔이 분명한’ IT서비스 기업이 됐다.

◇김완종 “그룹 안에서 검증하고, 밖으로 확장한다”

김완종 SK AX 대표(52)의 키워드는 ‘인사이드 아웃(Inside-out)’이다. SK C&C 시절부터 17년 이상을 몸담은 내부 전문가로, 그는 대표 취임과 동시에 SK그룹 AX의 실행 책임자를 자처했다. 2008년 전략사업본부로 입사한 이후 A&I팀장, DT추진본부장, 클라우드 부문장을 거치며 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클라우드 전환을 현장에서 이끌었다.

김 대표의 전략은 현장성과 실증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에이닷비즈(A.Biz), A.X 모델 등 그룹 내에서 먼저 검증한 에이전틱 AI를 기반으로, 제조·금융·물류 등 산업별 AX를 외부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매출과 이익의 동반 성장은 그의 전략이 ‘사업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대표 취임과 함께 도입한 CAIO 체제 역시 상징적이다. AI를 지원 기능이 아닌 전사 전략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발탁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 온 ‘젊은 현장형 리더 중용’ 기조를 상징하는 인사로 해석된다. 전략 수립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사업 성과로 AX 전환을 입증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그룹 전체의 AI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윤구, SDV 전략의 무게를 떠안은 조직형 CEO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대표(60)는 4인의 CEO 중 가장 이질적인 인물이다. 기술자가 아니라 인사·감사 전문가 출신이다. 그가 2023년 말 현대오토에버 대표로 전격 발탁된 배경에는 정의선 회장의 ‘핀셋 인사’가 있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현대건설 인사실장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인사기획팀장 겸 글로벌인재전략팀장, 현대차 인사실장(전무·부사장), 감사실장(부사장)까지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당시 현대차 감사실장을 맡고 있던 김 대표는 현대오토에버 수장을 맡아 회사를 단순 IT지원 조직에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략의 실행 축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취임 직후 대표 직속 SDV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외부 기술 인재 영입과 내부 역량 재편을 병행했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포티투닷(42dot) 중심의 전략이 주춤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실적과 안정성이 검증된 현대오토에버에 더 큰 책임이 실렸다. 그의 과제는 그룹 의존도를 넘어 외부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SDV 전담 조직 신설은 시작일 뿐, 성패는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이준희 삼성SDS 대표

△1969년생 △서울대 전기공학과 학사, MIT 전기및전자공학과 석ㆍ박사 △2006년 삼성전자 DMC연구소 △201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 △2020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 △2022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2024년 11월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현신균 LG CNS 대표

△1965년생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학사, 서울대 대학원 통계학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 통계학 박사 △2005년 딜로이트컨설팅 전무 △2006년 AT커니코리아 부사장 △2010년 LG디스플레이 업무혁신그룹장 전무 △2022년 LG CNS 대표이사 부사장 △2025년 LG CNS 대표이사 사장

김완종 SK AX 대표

△1973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2008년 SK C&C 전략사업본부 △2016년 SK C&C A&I 팀장 △2017년 SK C&C DT추진실장 △2020년 SK C&C 클라우드부문장 △2023년~ SK AX CCO △2025 10월 SK AX 대표이사 사장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대표

△1965년생 △연세대 사회학과 △현대건설 인사실장 상무 △현대차 인사기획팀장 겸 글로벌인재전략팀장 상무 △현대차 인사실장 부사장·전무 △현대차 감사실장 부사장 △2023년 12월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사장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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