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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심화영 기자] 2025년 가전·모바일·디스플레이 업종은 AI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수요 재편과 B2B 비중 확대, OLED 체질화가 수익성 방어 전략으로 동시에 진행된 한 해였다. 국내 간판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바이스경험(DX)·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 부문을 축으로 3분기 누적 기준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로 업황의 본격적인 반등은 제한적이었다.
올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IDC) 증가했고, 국내 가전 시장도 연 2%대(IMARC그룹)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트 산업 전반의 체감 경기는 빠르게 개선되지 않았다. 고금리 환경 속 교체 주기 장기화와 주요 수출 시장의 수요 회복 지연이 겹치면서, 출하량 증가가 곧바로 업황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 10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부담이 일부 완화됐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세트 업종의 구조적 제약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가전, AI·B2B·구독으로 ‘질적 성장’ 전환 가속
올해 국내 가전 산업의 변화는 판매량 확대보다 수익 안정성과 고객 생애가치(LTV)를 높이는 구조로의 전환, 즉 ‘질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통적인 B2C 가전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제조사들은 AI 기능 이식과 B2B 장기 계약, 구독 모델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았다.
CEO스코어가 지난 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AI 적용 7대 가전 상위 100위 제품(총 1379개)의 리뷰 수는 2020년 332건에서 2025년 11월 8만3675건으로 약 250배 급증했다. 단순 기능 경쟁을 넘어, AI 기반 맞춤·자동화 경험이 소비자의 구매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B2B 사업 확대 역시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상업용 공조(HVAC), 빌딩 솔루션, 모듈러 주택 등은 대량·장기 계약이 가능한 분야로,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장점이 있다. LG전자는 2025년 3분기까지 B2B 매출 비중을 20%대 후반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역시 B2B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올해 연간 전체 매출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독 모델 도입도 시장 방어에 기여했다. LG전자의 가전 구독 매출은 올해 3분기에만 약 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3분기 누적 구독 매출은 1조8900억원으로, 연간 기준 2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삼성전자 역시 2025년 구독 매출 1조원 달성이 예상된다.
삼성·애플 ‘양강 체제’…프리미엄은 아이폰, 혁신은 폴더블
2025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가 한층 공고해진 해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글로벌 스마트폰 모델 판매량 트래커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상위 10개 모델을 삼성전자와 애플이 모두 차지했다. 이들 10개 모델은 분기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약 20%를 차지하며, 시장 집중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줬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의 독주가 이어졌다. 아이폰16 시리즈는 3분기 판매량 1~4위를 석권하며 전년 아이폰15 시리즈에 이어 또 한 번 상위권을 장악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2025년 연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는 애플(2억4300만대, 점유율 19.4%)로 삼성전자(2억3500만대, 18.7%)를 14년 만에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삼성전자는 보급형과 폼팩터 혁신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갤럭시 A 시리즈는 5~9위에 5개 모델을 올리며 판매 상위권을 대거 점유했다. 특히 갤럭시 A16 5G는 분기 기준 가장 많이 팔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자리 잡았고, A36·A56 등은 AI 기능을 확대한 ‘어썸 인텔리전스’ 적용 효과로 전작 대비 판매가 증가했다.
하이엔드 전략의 핵심은 폴더블폰이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Z 트라이폴드는 국내 출시 첫날 온·오프라인 물량이 완판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2025년 3분기 기준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약 64%로, 경쟁사인 화웨이를 크게 앞서고 있다. 애플이 아직 폴더블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2단 폴더블을 넘어 3단 폼팩터까지 상용화하며 기술적 선점 효과를 확대했다.
BOE 출하량 1위…OLED 수익성은 한국 독주
2025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는 중국 BOE가 출하량 기준 20~30% 점유율(옴디아 2025년 7월 기준)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글로벌 OLED 대면적 패널 부문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우위가 확고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55.1%, LG디스플레이가 30.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OLED 출하량의 85.2%를 한국 기업이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면적 OLED(9인치 이상, 스마트폰 제외) 점유율 30.1%로 3위를 기록했으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485억원을 기록해 4년 만의 연간 흑자 가능성이 커졌다. 출하량 경쟁에서는 중국이 앞섰지만, 기술력과 수익성 중심의 OLED 시장에서는 한국 디스플레이 진영의 경쟁력이 재확인됐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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