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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회장 항소심서 징역 2년…경영 공백 장기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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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22 16:05:32   폰트크기 변경      

1년 감형에도 실형 유지…남은 형기 약 9개월
리한 50억 대여 무죄 뒤집혀…MKT 혐의 무죄 

“사익 추구 경영자 복귀, 기업 투명성에 부정적”
한온시스템 유증 등 중요한 시점에 총수 공백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1년 감형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속행공판에 출석하는 조현범 회장./사진: 연합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20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1년 감형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지만, 재판부는 실형을 유지해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같이 선고했다.

조 회장은 2020년 11월 별건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바 있어, 재판부는 해당 판결 확정 전 범죄와 이후 범행을 나눠 형을 선고했다. 판결 확정 전 일부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은 징역 6개월을 유지했고, 이후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의 징역 2년 6개월에서 1년 6개월로 감형했다.

지인 회사 리한에 대한 50억원 대여 배임 혐의가 무죄로 뒤집힌 게 감형의 핵심이다. 1심 재판부는 충분한 담보 없이 경영난에 처한 회사에 돈을 빌려줬다며 유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담보로 제공된 우선매수권이 실행 가능했고 담보 가치가 분명히 있었다”며 “이자를 적정하게 받았고 절차에 하자가 없어 경영상 판단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에서 타이어 몰드를 비싸게 구매해 131억원 손해를 입혔다는 핵심 혐의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MKT와 타이어 몰드 거래에 적용된 ‘신단가 테이블’은 원가 조사와 표준 원가 산정, 반복된 시뮬레이션을 거쳐 도출된 가격 체계”라며 “한국타이어가 MKT에 특별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인카드 사적 사용(약 5억8000만원), 법인차량 5대 사적 이용(약 12억원), 이사비ㆍ가구비 대납(약 2억6000만원), 운전기사 배우자 전속 수행(약 4억3000만원) 등 회삿돈 횡령ㆍ배임 혐의 대부분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기업 경영 활동과 무관하게 회사 자금이나 재산을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한 전형적인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법인차량 사용에 대해 “타이어 회사 회장으로서 차량을 직접 운행하며 성능을 시험하고 개발 방향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 업무에 접목하려 한 흔적은 있으나 구체적인 의사결정이나 개발 지침으로 이어졌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수억원대 사용 이익에 비춰 사실상 개인적 이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조 회장은 카키색 수의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차분하게 법정에 들어섰다. 약 40분에 걸친 판결문 낭독 동안 묵묵히 재판부의 말을 경청했다.

변호인 측은 한온시스템 인수 후 통합 작업과 미국 관세 정책 등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집행유예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조속한 경영 복귀 필요성은 인정되나 투명한 기업 경영과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 주주와 사회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우선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회사 재산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경영자를 경영 일선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지난해 5월 29일 1심에서 법정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약 7개월간 수감 상태다. 미결구금일수(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 등을 산입하면 남은 형기는 약 9개월이다. 다만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대법원 상고가 가능해 최종 형량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다”며 “향후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의 수감 장기화로 그룹 경영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초 세계 2위 열관리 기업 한온시스템 인수를 완료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 주력인 타이어 사업과 시너지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부재한 상황에 놓였다. 한온시스템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약 9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며, 최대주주 한국타이어가 100% 청약 참여를 결정하는 등 대규모 자금이 오가는 시점이다. 지난해 5월 출범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한국앤컴퍼니벤처스’ 역시 조 회장 구속 이후 운영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기소된 박승원 한국타이어 부장은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항소가 모두 기각돼 1심 판결(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의 형량이 유지됐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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