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올해 도시정비 시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가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공사비 갈등 사업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자로 나서면서다.
시는 최근 2년간 모두 37개 사업장에서 조합-시공자 간 갈등을 조정해 사업을 정상화시켰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올 들어 대조1구역, 신반포4지구, 노량진6구역 등 사업 지연 우려가 컸던 주요 사업장에서 시 중재로 공사비 합의가 이뤄져 준공ㆍ입주 차질을 막아냈다.
시가 지난해부터 공사비 갈등을 상시 관리가 필요한 정책 과제로 전환하고 적극적으로 행정 개입에 나선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가 시공자 선정 사업장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공사비 증액 요청 시 시에 즉시 공유되는 구조를 마련해 갈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면서다.
구체적으로 시는 공사비 쟁점이 큰 사업장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외부 전문기관 검증으로 설계 변경, 물가 변동 등 증액 사유를 객관적으로 검토했다. 조합 내부 갈등이나 협의 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전문가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조합과 시공자 간 협의를 지원하고 총회 의결과 변경 계약 체결까지 연계했다.
무엇보다 시는 갈등이 진행되는 가운데에도 사업이 멈추지 않도록 관리ㆍ중재하는 데 집중했다. 필요 시 조합 운영 정상화 절차 안내,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조정 등 제도적 수단을 연계하며 다각적으로 갈등 해결의 가능성을 넓혔다.
이를 통해 조합 분쟁과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 중단이 반복됐던 대조1구역은 시와 자치구ㆍ조합ㆍ시공사 협의체를 구성해, 증액 요구액 3771억원을 2566억원으로 조정하고 지난 4월 도급 계약을 맺었다.
공사비 증액 갈등이 소송으로 번지며 입주 지연 우려가 컸던 신반포4지구에는 코디네이터를 즉각 투입해 3082억원 증액 요구를 788억원으로 조정하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 총회에서 합의안이 의결되면서 소송을 취하, 공사가 정상화됐다. 노량진6구역도 2194억원 증액 요구에 1976억원 규모 중재안에 합의하며 정상 착공에 이르렀다.
시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이 행정 중재를 통해 소송이나 장기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고 해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SH는 공사비 검증 제도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찾아가는 공사비 검증 안내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서초신동아는 검증 대상금액 3359억원 가운데 81% 수준인 2735억원을 적정 공사비로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5월 갈등을 마무리했다. 청량리7구역과 장안현대, 제기1구역은 최근 공사비 검증을 완료해, 원활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공사비 갈등은 결국 비용으로 작용해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장기화하거나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도 병행할 예정이다. 표준 공사 계약서 개정과 표준 정관 마련으로 공사비 증액 절차와 검증 시점, 분쟁 조정 절차를 명확히 하고, 갈등 발생 시 단계별 조정이 이뤄지도록 구조를 정비해 대응 체계를 사후 중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최진석 시 주택실장은 “민간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조합-시공자 간 분쟁 해결에 시가 적극 나서며 정비사업 갈등을 공공이 개입해 관리할 수 있다는 성과를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도 원활한 주택 공급과 시민 주거 안정에 차질이 없도록 공사비 갈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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