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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온플법, 규제 공백 아닌 인식 한계…혁신 저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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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23 16:23:03   폰트크기 변경      
“개별 이슈로 산업 전체 규제 확대는 과도…국내 플랫폼만 역차별”

(왼쪽부터) 김상준 이화여대 교수, 서종희 연세대학교 교수, 계인국 고려대학교 교수, 김태오 창원대학교 교수. /사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공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재발의를 계기로 학계에서 플랫폼 규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규제 공백보다는 산업에 대한 인식 부족이 반복적 입법 시도를 낳고 있으며, 이는 혁신 저해와 통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3일 서종희 연세대학교 교수 주재로 ‘플랫폼 규제의 함정: 보호가 아니라 부담을 키운다’를 주제로 제95회 굿인터넷클럽을 개최했다. 계인국 고려대학교 교수, 김태오 창원대학교 교수, 김상준 이화여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해 온플법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계인국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은 ‘생태계’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온플법을 지속적으로 재논의하는 상황을 보면 규제당국이 이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럽 사례와 비교할 때 온플법은 규제 공백이 아니라 국내 상황과 플랫폼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오 교수는 중복규제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미 있는 법으로 상당 부분 규율이 가능하고 집행 사례도 축적되고 있는데 특별법 제정은 오히려 법체계 혼란만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이용사업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비용을 높여 신규 플랫폼 진입과 산업 성장을 위축시켜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별 기업 이슈를 전체 산업 규제로 일반화하는 접근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김상준 교수는 “전체 산업을 제도화할 때는 기업들이 동질적이라는 가정이 필요한데, 플랫폼 산업은 바운더리·규모·행위 예측이 어려운 해체적 조직”이라며 “전통적 산업을 타겟으로 했던 제도는 규제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비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지적도 이어졌다.

김상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규제 대응을 위한 조직 조치는 자연스럽게 거래비용으로 인식되며, 기업이 이를 모두 부담할 수 없을 경우 소비자 가격 정책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플랫폼과 이용사업자가 비용 대응에 집중하면서 서비스 혁신과 품질 향상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경쟁력 측면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계 교수는 “글로벌 통상 리스크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쟁법 성격 차이에서 발생한다”며 “미국은 문제 발생 후 법을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오 교수는 “온플법이 국내외 플랫폼 모두를 규율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법 적용에서 한계가 발생하고,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규제 부담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플랫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글로벌 경쟁력에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진단했다.

서종희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현재 우리 법체계는 이미 플랫폼을 직접 규율할 수 있는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며 “개별 사건들은 현행 규제가 예상하는 범위 안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일부 빈틈을 곧바로 ‘규제 실패’나 ‘규제 공백’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적용 가능한 법이 존재함에도 새로운 법 제정을 추진한다면, 반대 의견을 설득하기 위해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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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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