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적으로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두고 오는 30일 국회에서 대국민 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겉으로는 ‘에너지 믹스에 대한 사회적 논의’라고 하지만, 이미 여야 합의와 국회 절차를 거쳐 확정된 사안을 다시 공론화에 부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원전 업계와 전력 당국에서 “백지화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신규 원전 2기 건설은 지난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된 사안이다. 여야 합의와 1년이 넘는 전문가 검토를 거쳐 결정된 국가중장기에너지로드맵이다. AI 확산과 반도체 산업 성장, 데이터센터 및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전원 확보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럼에도 정부가 30일 토론회를 시작으로 재검토에 나선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흔드는 일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대표적인 탈원전 환경론자로 알려져 있다. 환경과 안전을 중시하는 관점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장관 개인의 철학이 이미 법과 절차를 통해 확정된 계획을 되돌릴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토론회 섭외 대상에 탈원전 성향 인사들이 대거 거론되면서 이번 토론이 균형있게 진행될 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동서울변전소 증설과 관련한 주민 간담회에서도 재검토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천명하며 전력망 확충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강조해 왔다. 에너지는 “이념이 아닌 과학의 영역”이라는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원전 건설을 다시 이념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이미 확정된 것을 뒤집기 위한 명분이 아니라 더 나은 이행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30일 토론회가 공론화의 출발점이 아니라 백지화의 신호탄이 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김 장관이 져야 할 것이다.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