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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 ‘美 제련소’ 법원 넘었다……이사회 과반 유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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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24 19:02:06   폰트크기 변경      
법원 “경영상 필요 인정”…영풍ㆍMBK “주주가치 훼손 우려 해소 안 돼”

고려아연-영풍 로고./사진: 각 사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4일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추진해온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오로지 경영권 방어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국 정부는 합작법인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해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주발행이 없다면 프로젝트 추진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영풍ㆍMBK 측이 제시한 대안적 거래구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미국 정부의 거래 목적과 동기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74억3000만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해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울산 온산제련소의 약 50% 규모로, 핵심 광물 11종을 포함한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할 계획이다. 2027년 착공해 2029년부터 순차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복잡한 자금조달 구조로 설계됐다. 먼저 미국 전쟁부(40.1% 지분)가 최대주주인 크루서블 합작법인(Crucible JV)이 19억4000만달러를 조달해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고려아연은 신주 220만9716주를 발행하며, 이를 통해 합작법인은 고려아연 지분 10.59%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고려아연의 직접출자 5억8500만달러, 미 전쟁부 및 금융기관 차입 47억달러, 미 상무부 보조금 2억1000만달러가 더해져 총 74억3000만달러가 조성된다. 고려아연은 100% 자회사인 크루서블 메탈스(Crucible Metals)를 통해 사업 주도권을 확보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양측의 지분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유상증자 전 영풍ㆍMBK 측 의결권은 47.22%, 최윤범 회장 측은 33.12%였다. 그러나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영풍ㆍMBK 측은 42.10%로 낮아지고, 최 회장 측은 크루서블 합작법인 지분(10.84%)을 포함해 40.37%로 높아진다. 양측 격차가 14%p(포인트)에서 2%p 이내로 대폭 축소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이사 구성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총 19명으로, 최 회장 측 11명(직무정지 4명 포함 15명), 영풍ㆍMBK 측 4명으로 구성됐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6명이다. 고려아연은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는데, 메리츠증권 분석에 따르면 집중투표제에서 6명 중 3석을 확보하려면 의결권 42.86%가 필요하다. 유상증자 후 양측 지분율을 고려하면 2026년 주총에서 3대 3 구도가 거의 확정적이어서, 최 회장 측이 이사회 과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려아연은 법원 결정 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크루셔블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진행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추 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경제 안보에도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영풍ㆍMBK 측은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신주 발행 대상인 크루서블 합작법인이 현 경영진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며 “증자의 실질적 목적은 사업 확장이 아닌 경영권 수성”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테네시 제련소 투자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인데, 2조8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일시에 조달해야 할 급박성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투자 계약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 고려아연이 중장기적으로 부담하게 될 재무적ㆍ경영적 위험 요소들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했다. 다만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윈윈’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은 오는 26일 예정대로 진행된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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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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