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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닝정밀소재 아산 사업장 생산시설에서 로봇이 용해로를 거 공기 중 냉각된 유리기판을 잡아 옮기고 있다. /사진:코닝정밀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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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홀 코닝 한국총괄 사장이 지난달 17일 충남 아산 코닝정밀소재 사업장에서 건축용 유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화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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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홀 코닝 한국총괄 사장이 지난달 17일 충남 아산 코닝정밀소재 사업장에서 건축용 유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코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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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한 코닝정밀소재 부사장이 지난달 17일 충남 아산 코닝정밀소재 사업장에서 엔라이튼 글라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코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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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닝의 엔라이튼 글래스는 세 개의 유리가 들어가는 삼복층창 중앙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일반 소다라임 유리(5mm)의 10분의 1인 0.5mm에 불과하다. 사진은 엔라이튼 글래스를 소개한 쇼케이스. /사진:코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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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 삼복층 유리(왼쪽)는 코닝이 초박형 건축용 유리(엔라이튼 글라스)를 가운데 판유리에 적용해 만든 가벼운 3중 창호 유리다. 일반 삼복층 유리(오른쪽)는 보통 3장의 5㎜급 소다라임 유리를 쓰지만, 코닝은 가운데 유리를 0.5㎜ 수준의 초박판으로 바꿔 무게를 크게 줄였다. /사진:코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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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지난해 12월 17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아파트 단지가 뒤섞인 시가지를 지나 삼성대로에 접어들자, 삼성디스플레이 옆으로 1·2단지로 나뉜 코닝정밀소재 아산 사업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174년 역사의 글로벌 소재 기업 코닝의 아시아 핵심 거점이다.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통과하자, 공장은 더 이상 공장이 아니었다. 거대한 유리 시트가 공기 외에는 어떤 물질과도 닿지 않은 채 흘러내리고, 노란색 로봇이 이를 집어 절단 공정으로 옮겼다. 사람 대신 로봇개가 유리 표면을 검사했고, 자율주행 장비가 공정을 오갔다. 코닝이 한국 언론에 생산라인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닝이 174년을 살아남은 비결은 하나입니다. 혁신이죠.”
반 홀 코닝 한국 총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57년 S&P500에 포함됐던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은 53개뿐”이라며 “코닝은 그중 하나”라고 했다. 2014년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스 생산 부문 인터내셔널 부사장으로 임명돼 일본·한국·대만·중국 제조 운영을 총괄했던 그는 올해로 코닝 입사 30주년을 맞았다. 그중 20여 년을 동아시아에서 보냈다.
그는 “코닝의 건축용 글라스를 소개하고, 아산사업장에서 실제 공정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국 아산 공장(글로벌 허브)을 중심으로 건축용 유리 생산을 확대하고, 국내 시장의 삼중유리 확산 트렌드에 발맞춰 차세대 유리를 디스플레이를 넘어 도시 공간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리, 이제 ‘에너지’를 묻다
코닝의 역사는 인류 기술 전환의 역사와 겹친다.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의 백열전구를 감쌌던 유리벌브는 ‘빛’을 담았고, 1939년 CRT는 ‘영상’을, 1970년 저손실 광섬유는 ‘데이터’를 옮겼다. 1980년대 LCD용 디스플레이 유리는 인간의 시선을 평면 위에 고정시켰다.
이제 코닝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반 홀 사장은 “이제 유리는 건축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해답의 출발점은 삼복층창이었다. 삼복층창은 외부·중앙·내부 3장의 유리 사이에 아르곤 등 단열 가스를 주입하고 로이(Low-E) 코팅으로 열 투과를 차단한 고성능 창호다. 단열 효과는 뛰어나지만, 무겁고 비싸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가운데 유리와 가스층은 성능과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병목 지점이었다.
코닝은 바로 이 ‘가운데 유리’에서 기회를 봤다. 건축용 유리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해답이 바로 ‘엔라이튼 글라스(Enlighten Glass)’다. 두께 0.5㎜. 기존 건축용 유리(5㎜)의 10분의 1에 불과한 초박형 유리다. 삼복층 창호의 가운데 유리로 들어간다.
두께 0.5㎜, 건축용 유리의 상식을 깨다
코닝이 내놓은 해법은 ‘엔라이튼 글라스(Enlighten Glass)’다. 두께는 0.5㎜. 기존 건축용 유리(약 5㎜)의 10분의 1에 불과한 초박형 유리다. 삼복층창의 가운데 유리로 들어간다.
임정한 코닝정밀소재 총괄 부사장은 “아파트 열손실의 약 45%가 창에서 발생한다”며 “표피 면적의 10%에 불과한 창이 에너지의 절반 가까이를 잃게 만드는 구조는, 소재 기업에겐 명확한 혁신 지점”이라고 말했다.
효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일반 삼복층창의 무게는 약 56㎏. 엔라이튼 글라스를 적용하면 무게는 최대 30% 줄고, 단열 성능은 오히려 최대 10% 향상된다. 가운데 유리가 얇아지면서 단열 가스층이 넓어지는 구조 덕분이다. 투명도 역시 기존 대비 최대 4% 높다.
서울 청담동 초고급 레지던스 ‘워너청담’을 비롯해 국내외 프로젝트에 이미 적용됐다. 실제 제품을 들어보니 무게감은 확연히 줄었지만, 내구성에 대한 의문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코닝 측은 “강화유리는 아니지만, 화학적 이온 교환과 특수 코팅을 통해 표면 압축 강도를 700MPa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며 “일반 부동유리 대비 5배 이상의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얇게 만드는 건 흉내 내도, 공정은 못 따라온다”
가격 경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코닝 측은 “단순히 얇게 만드는 것과, 수율·강도·대면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얇게 만드는 건 흉내 낼 수 있어도, 공정은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코닝 측은 기술 우위와 제조 난이도를 강조하며, 단순 모방으로는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엔라이튼 글라스의 핵심은 코닝의 독자 ‘퓨전 공법’이다. 용융된 유리가 V자형 구조를 타고 흘러내리며, 공기 외에는 어떤 표면과도 접촉하지 않는다. 미세한 결함도 허용되지 않는 디스플레이·반도체용 유리를 수십 년간 만들어온 공정 역량이 건축용으로 확장된 셈이다. 건축용 기준인 3m×2m 대면적 패널을 높은 수율로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코닝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닝은 현재 KCC,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과 협력해 국내 공급망을 구축했다. 한국에서 생산하고, 한국의 건축·주거 환경에 맞춰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코닝은 올해로 한국 진출 50주년이다. 1973년 삼성전자와 CRT 협력으로 시작된 인연은 LCD,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거쳐 이제 건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닝의 2대 주주는 삼성디스플레이다. 현재 아산 사업장은 약 22만평 규모로, 3000여명이 근무 중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유리는 스마트폰과 TV를 넘어, 이제 ‘도시의 외피’로 향하고 있다.
유리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물질 중 하나다. 구조는 아직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투명하지만 무질서한 분자 구조, 모래에서 시작해 우주선 창까지 이어진 물질. 코닝은 기존 유리 기술을 건축 분야로 확대하며 에너지 효율 향상과 무게 감소라는 시장 수요를 공략하려 하고 있다. 174년 동안 그래왔듯, 이번에도 답은 ‘소재’다.
아산=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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