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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줄잇는 계약 해지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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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28 14:57:03   폰트크기 변경      

LG에너지솔루션, 포드에 이어 FBPS와도 계약 해지. 한 달 새 계약액 13.6兆 증발
대안으로 ESS 시장 개척 가속화하지만 중국 저가 공세와 전기차에 비해 낮은 수익성 ‘근심’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이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총 13조 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전기차 캐즘의 골이 깊어지며 국내 배터리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대안으로 삼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을 비롯해 중국과의 경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과 지난해 4월 체결한 3조9217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계약 규모의 약 9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사실상 전체 계약이 무산된 셈이다.

FBPS는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그룹 계열사로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서 배터리팩 조립을 위한 기가팩토리를 운영해왔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모듈을 팩으로 조립한 뒤 북미 대형 버스와 전기트럭 등 상용차 업체에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캐즘이 심화되며 배터리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7일에도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진행하기로 한 9조603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ㆍ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전기차 캐즘 장기화 등을 이유로 일부 전기차 모델 생산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에만 약 13조5000억원의 예정 매출이 사라졌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간 매출 25조6200억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 해지에 따른 재무적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전용 설비 투자나 맞춤형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되지 않아 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 손실이나 추가 비용은 없다”며 “불확실한 고객사를 정리하고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위기는 LG에너지솔루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K온은 지난 11일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구조를 재편해 테네시 공장을 SK온이, 켄터키 1ㆍ2공장을 포드가 운영하는 등 합작 체제를 종료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9월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7500달러가 종료되며 수요 둔화 흐름이 뚜렷해졌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줄줄이 전기차 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다. 포드는 대형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투자를 재집중하기로 했으며, 제너럴모터스(GM)도 2035년까지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사실상 철회했다. GM은 전기차 사업 축소로 발생한 약 16억달러의 손상차손을 3분기에 반영, 4분기에도 추가 손실을 예상했다.

여기에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시장 점유율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6%로 4년 전 대비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55%에 달하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점유율 하락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삼성SDI는 전기차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SK온 역시 연간 누적 적자가 4900억원을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 이후 7년간 외형을 빠르게 성장시켜 왔지만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세로 돌아서며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주목한 대안은 ESS다. 전력망 투자 확대와 재생에너지 보급 가속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가 한꺼번에 커지면서 북미를 중심으로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올해 59GWh에서 2030년 142GWh로 2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ESS 시장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ESS는 수익성 측면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미치지 못한다. ESS용 배터리는 태양광이나 데이터센터 등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수주가 이뤄진다. 전기차의 경우 완성차 업체와 수년 단위의 장기 계약이 꾸준히 반복될 수 있지만, ESS 시장은 프로젝트 종료와 함께 공급도 끝나 상대적으로 연속적인 물량 예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과의 경쟁도 고민거리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LFP 배터리 수요가 높은 ESS 시장에서는 기술 차별화보다 중국 업체처럼 가격 경쟁력이 높은 공급자가 더 유리하다. 중국은 이미 미국 ESS 시장의 90%를 장악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ESS 시장 역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가격 경쟁만으로는 장기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안전성과 신뢰성, 현지 생산 기반을 결합한 차별화 전략이 뒷받침돼야 ESS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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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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