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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미술 경매시장에 1400억대 ‘뭉칫돈’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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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2-29 16:06:43   폰트크기 변경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집계....샤갈-김환기-이우환 ‘삼두마차’가 시장 견인


국내외 경기 침체에 따른 국제 미술시장의 성장 둔화와 단색화 판매 위축에도 부유층의 여윳돈이 미술 경매시장으로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금융시장의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미술품 애호가들이 마르크 샤갈을 비롯해 김환기, 천경자, 이우환, 이배 등 유명 화가의 고가 그림 구매에 나서면서 올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에 1400억 원대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94억원에 낙찰된  샤갈의 1937년작 유화 ‘꽃다발'. 
사진=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제공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가 국내 8개 미술품 경매회사의 거래를 분석한 ‘2025년 경매시장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 낙찰총액은 작년보다 22%가량 늘어난 1405억원으로 집계됐다. 40여 차례 경매에서는 출품작 1만8339점 중 9797점이 팔려 지난해 낙찰률(46,4%)보다 7%포인트 상승한 53.4%를 기록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 다소 힘을 보태는 요인으로 세계적인 화가 마르크 샤갈과 김환기 작품에 대한 관심 증가, 홍콩 시장 호조, 온라인 시장 팽창 등을 꼽았다.

◆김환기·이우환·이배 열풍 당분간 지속

마르크 샤갈 작품에 대한 국내 미술 애호가의 ‘거침없는 식욕’에 그의 그림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시장의 판을 키웠다. 올해 경매시장에서 샤갈의 작품은 모두 13점이 출품돼 10점이 팔려 낙찰률 76.9%을 기록해 글로벌 스타 작가의 관록을 과시했다. 경매된 작품의 낙찰총액 역시 167억원으로 국내 작가 김환기(2위-124억원)와 이우환(3위-92억원)을 따돌리고 당당히 1위에 입성했다. 그의 1937년작 유화 ‘꽃다발’(94억원)을 비롯해 또 다른 작품 ‘파리풍경’(59억원), ‘부케가 있는 얼굴’(6억원) 등도 고가에 팔려나갔다.

김환기의 '도자기'.사진=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제공


김환기의 작품 사랑도 이어졌다. 경매회사들은  김환기 작품 67점을 팔아 1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의 1957년 작 ‘도자기’ (26억)과 1954년 작 ‘답교’(18억8000만원)는 높은 가격에 팔려 눈길을 끌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김환기 작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수만개의 점으로 구성된 추상화 특유의 조형성 때문”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컬렉터가 작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요즘은 일부 외국인이 사들이면서 가격이 힘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작가로 우뚝 선 이우환의 작품에도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돼 경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의 작품은 올해 경매시장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출품(217점)돼 최다 낙찰(114점)을 연출했다. 특히 올해 가장 비싼 그림 30점 가운데 무려 일곱 점이 랭크되며 국내외 인기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다만 두 점 가운데 한 점이 유찰돼 애호가들의 작품에 대한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숯 작가’ 이배의 작품에도 애호가들의 ‘입질’이 이어졌다. 독일 갤러리 에스더쉬퍼 전속 작가 이배는 지난달 시작한 베를린 개인전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며 작품값 역시 치솟고 있다. 올 경매시장에서는 무려 141점이 입찰대에 올려져 90점이 판매됐다. 낙찰률 63.8%, 낙찰액 59억원을 기록하며 단번에 인기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배는 마르크 샤갈, 김환기, 이우환에 이어 낙찰총액 순위 4위에 올라섰다.

2012년 말부터 불기 시작한 단색화 열풍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박서보를 비롯해 정상화, 하종현, 윤형근. 정창섭 등 거장들의 최고 낙찰가격이 모두 30위권에서 모두 밀려나 한국 단색화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미술계는 단색화 시장이 당분간 침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단색화 기획전이 자취를 감춘 데다 해외 컬렉터의 매수세가 힘을 잃고 있어서다. 올해 50%를 밑돈 단색화 낙찰률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한 저속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낙찰율 순위에서는 단연 정영주가 돋보였다. 출품작 19점 가운데 18점이 팔려 낙찰율 94%를 기록해 선두를 달렸다. ‘달항아리 작가’ 최영욱(88%)을 비롯해 ‘도요새 작가’ 김선우(85.1%), 김창열(77.1%), 마르크 샤갈(76.9%), 유영국(76.9%)이 뒤를 이었다.

35억2000만원 낙찰된  이중섭의 '소와 아동'      사진=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제공


이 밖에 초고가 그림도 줄줄이 새주인을 찾아갔다.  이중섭 ‘소와 아동’이 35억2000만원, 구사마 야요이의 ‘Infinity Nets’이 19억, 박수근의 ‘산’이 12억원에 각각 낙찰되며 10억~30억대 그림에 합류했다.

미술평론가 김윤섭 아이프칠드런 이사장은 “대출이 막혔지만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술시장에 들어오는 현금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미술품과 골동품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부 작가의 그림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과 홍콩은 K아트의 전진기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뉴욕과 홍콩이 세계로 향하는 K=아트 수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달  김환기의 청색 점화 '19-VI-71#206'가 크리스티 뉴욕 20세기 이브닝 경매에서 수수료 포함해 우리 돈으로 151억원 새 주인을 찾아갔다. 한국 미술품 경매 가격 역대 2위를 차지했다.
 앞서 3월 크리스티 뉴욕의 일본·한국 고미술품 경매에서는 조선시대 달항아리가 약 41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조선시대 1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백자 달항리는 높이 45cm 크기로, 추정가는 180만~250만 달러(약 25억8000만~35억8000만원)였다. 최소 추정가 대비 약 59% 높은 가격에 팔린 셈이다.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크리스티는 홍콩에서 잇달아 경매를 두 차례씩 열리는데 낙찰된 작품은 대부분 추정가 범위보다 훨씬 비싸게 팔려 한국 현대미술이 아시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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