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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심화영 기자]“AI 주권은 누군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단순한 기술 우위를 넘어 국가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 전체를 건 ‘총력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AI 고속도로’를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건 속도전에 돌입했다.
한국은 오는 22일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을 전면 시행하며 AI 강국을 향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법안은 단순한 가이드라인을 넘어 반도체, 모델, 인프라, 수요 창출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은 국가 전략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AI기본법에 따라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부총리급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로 격상돼 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권한이 강화된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AI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도입하도록 하는 ‘공공 우선 구매제’와 도입 담당자에 대한 ‘면책 조항’을 신설해, 공공 주도의 초기 시장 형성과 과감한 혁신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빗장을 풀었다.
정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K-엔비디아’ 육성을 공식 목표로 내걸었다. 고성능 GPU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학습 중심의 GPU 시장에서 추론 특화형 NPU(신경망처리장치)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를 위해 추진되는 ‘K-NPU 프로젝트’는 국산 NPU 성능 고도화와 대규모 테스트베드 구축, 평가 체계를 일원화해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피지컬 AI와 초저전력 차세대 반도체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기술 자립화에 역량을 집중한다.
정부 투자도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AI 예산을 9조9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GPU 26만장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AI 3대 강국 도약의 기반을 닦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정부 구매 GPU 1만5000장과 슈퍼컴퓨터 6호기에 탑재될 9000장 등 총 3만7000장 규모의 자원이 ‘AI 고속도로’의 핵심 인프라로 투입된다. 이 위에서 돌아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올해 상반기 중 오픈소스로 공개돼 국방, 제조, 행정 등 산업 전반에 체감형 AI 서비스를 이식하는 엔진 역할을 하게 된다.
민간 기업의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추진하는 5개 정예팀에 뽑힌 SK텔레콤은 매개변수 5000억개(500B) 규모의 초거대 AI 모델 ‘A.X K1’을 최근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모델 개발을 넘어 AI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에너지 설루션까지 통합된 독자 생태계를 입증한 사례로 주목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아무리 튼튼한 인프라를 갖춰도 우리만의 모델이 없다면 주도권은 없다”며 “남의 기술을 빌려 쓰는 단계를 넘어 우리 산업의 뿌리가 되는 독자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제 AI를 잘 쓰는 나라를 넘어, AI 반도체와 인프라를 동시에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권 국가로 진입하고 있다. 촘촘하게 닦인 ‘AI 고속도로’ 위에 우리 기업들이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를 올리느냐에 따라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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