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재현 기자]올해 정부의 건설 분야 정책 키워드는 ‘전환’과 ‘안전’으로 압축된다. 노동 집약적이고 경험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건설 방식과 결별하고, 신기술 중심의 ‘스마트 건설’로의 전환과 선제적인 ‘안전 시스템’ 정착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이는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국내 건설업계에 던지는 생존을 위한 승부수이자,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청사진으로 풀이된다.
4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올해 건설 분야 정책 첫 번째 축은 ‘건설의 디지털 전환’이다. 그간 시범사업이나 일부 대형 현장에 머물렀던 스마트 기술을 2026년을 기점으로 산업 전반의 표준으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건설정보모델링(BIM)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500억원 이상, 2028년 300억원 이상, 2030년에는 300억원 미만 공공 공사까지 BIM 의무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히 3차원 도면을 그리는 수준을 넘어, 공정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 오류를 사전에 잡아내고 공사 기간과 비용을 최적화하는 ‘데이터 경영’이 도입되는 셈이다.
국토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계ㆍ시공 자동화 기술 개발에 R&D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또 BIM 설계 오류를 자동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디지털 건설기준’을 무상 배포하는 등 시스템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탈현장 건설(OSC)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공장에서 부재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를 목표로 ‘모듈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연간 3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발주도 예고했다. 이는 건설 현장을 흙먼지 날리는 공사판이 아닌, 정밀한 조립이 이루어지는 첨단 공장처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축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사고 발생 후 수습에 급급했던 관행을 끊고, 인공지능(AI)과 첨단 장비를 활용한 ‘예방 중심’의 안전 관리 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 2일 ‘지하안전팀’을 공식 출범시켰다. 도심지 곳곳에서 발생하는 지반 침하(싱크홀)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꾸려 지하 시설물과 지반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한다. 지하 공간에 대한 통합 지도를 고도화하고, 굴착 공사 현장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강화하여 ‘발 밑의 위험’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 방식도 스마트해진다. 국토부는 전국 3000여 개 주요 건설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인력으로 감시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는 지능형 CCTV와 스마트 안전 장비 도입을 지원한다. 특히 사고 발생 비율이 높지만 비용 문제로 안전 관리에 취약했던 중소형 현장에는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비용을 지원해 안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소할 방침이다.
아울러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신설된 ‘공정건설지원과’를 통해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 근절에 나선다. 이는 부실 공사가 곧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진다는 위기의식 아래, 건설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신년사를 통해 “건설산업의 막힌 대목은 서둘러 풀고, 산업의 방식은 더 스마트하게 바꿔 다시 성장할 기반을 만들겠다”며 “건설 현장은 공사 전 단계에 걸친 안전관리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2026년 정책 방향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중소 건설사들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는 디지털 장비 도입과 전문 인력 확보에 드는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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