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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시의무는 증권 자체에 관한 소송에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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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05 11:12:25   폰트크기 변경      
“공장용지 경매는 공시대상 소송 아냐”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규정된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에 대한 공시의무는 증권 자체에 관한 소송에 한정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 주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공시의무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A회사 주주인 B씨 등이 회사 대표와 사내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2014년 12월 법원으로부터 회사 소유 공장용지에 대해 두 건의 임의경매개시 결정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A사는 법정 기한이 지난 이듬해 1월에야 이 같은 사실을 공시했고, 공시 다음날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금융감독원은 ‘경매 관련 공시 불이행’을 이유로 A사를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B씨 등은 “임의경매개시 결정은 회생신청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라며 A사가 고의ㆍ과실로 법정 기한 내에 공시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에 나섰다.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은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에는 상장사가 금융위에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수시공시 항목 중 특별히 중요한 사항을 분리해 공적 규제의 대상으로 하고 그 밖의 사항은 자율규제 대상으로 삼아 기업이 이중으로 공시 의무를 부담하지 않도록 했다.

1ㆍ2심은 “임의경매개시 결정은 그 자체로 법인의 경영ㆍ재산 등에 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한다”며 B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공시의무를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소송’은 증권에 관한 소송만을 의미할 뿐, 그 증권에 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소송을 포함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증권에 관한’ 소송 외에 ‘증권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칠’ 모든 소송이 포함된다면 회사 스스로 공시의무가 있는 소송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중대한 영향’이라는 문언 자체가 불명확하다 보니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공시의무 위반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려고 회사와 관련된 모든 소송에 대해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당초 주요사항보고서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비춰 보면 이런 결과가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임의경매개시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소송’이 제기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A사가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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