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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야당탄압가짜뉴스감시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전체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6ㆍ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선 장동혁 대표에게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분명한 절연, 극우 이미지와 거리 두기 등을 통해 중도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 원로와 중진 정치인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무성 상임고문,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 대표는 할듯할듯하면서도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거부 쪽에 가깝다. 그는 주위 발언을 전략적 조언이 아니라 정치적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오 시장 요구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맞받아쳤고, 측근들도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언어로 대응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현재로선 장 대표가 지방선거 전에 노선 변경을 단행할지, 아니면 기존 노선을 고수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그의 속내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지난해 12월 22일 실시한 '24시간 필리버스터'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헌정사에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세우면서 장 대표는 강력한 정치적 성취감을 맛봤을 것이고, 자기효능감(自己效能感)도 최고조로 충만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것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정치판에서 무엇이든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이런 느낌은 잘만 쓰면 변화와 개혁을 이끄는 긍정적 동력이 될 수 있지만 현실은 반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원내 4년차’에 불과한 얕은 이력에도 까마득한 선배들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자만으로 이어지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더 나아가면 '나다움'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지 않겠냐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장 대표에게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다움을 포기하라는 정체성 공격으로 와닿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강경 이미지를 걷어내고, 중도로 이동하라는 말은 곧 “장동혁의 정체성은 잘못됐다”는 지적으로 들려 거부감을 키운다. 게다가 노선 변경을 하더라도 외연 확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점도 머뭇거리게 한다. 선거전략 차원에서 ‘포장지만 바꿨을 뿐 내용물은 그대로’라는 인식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면 장 대표로선 ‘집토끼’도, ‘산토끼’도 모두 잃을 위험에 놓이게 된다. 대안 노선에는 이미 본인과 대척점에 있는 정치세력이 자리를 잡고 기득권을 다지고 있어 노선 변경의 과실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꺼림칙하다.
결과적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장 대표 입장은 ‘이길 수 있는 선거’보다 '나다움을 지키는 승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노선을 바꾸는 순간 선거에는 다소간 호재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장동혁다움’은 색이 바래고 정체성에 흠집이 가해지면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셈법이 이미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다 대의명분을 좇아 시류에 편승해서는 안된다는 왕조시대의 '충직 프레임'까지 가세하면 '장동혁다움'은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확증편향의 결정체로 굳어진다.
장 대표의 선택은 보수 진영으로선 또다른 좌절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당은 선거에 이겨야 존재 가치가 유지되는데, 주지하듯이 선거는 승자독식의 냉정한 표싸움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이 국민의힘에서 등돌린 지 오래며 그 흐름에 의미 있는 변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정당지지도가 민주당에 한참 뒤지는 현 판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아무리 참신한 인재를 영입해 인물 대결을 부각하더라도 전체 승부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다. 인물 프리미엄이 정당 리스크를 상쇄하고 우위를 점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일 뿐 대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장 대표는 6월 중순쯤에는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휩싸여 중도 퇴진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 대표가 이런 불명예스런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무엇보다 ‘노선’과 ‘정체성’을 구분하는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 사례처럼 융통성 있는 노선 변화도 정체성 그릇이 충분히 포용적이고 통합적이라면 얼마든지 수용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윤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그리고 철저한 절연에 나서는 것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장 대표는 많은 사람이 예견하고 또 수차례 경고했지만 본인만 애써 외면해온 ‘회색코뿔소’와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권혁식 논설위원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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