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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지분 15% 족쇄·매출 10% 과징금…베일 벗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업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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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1-08 18:00:16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관주 기자]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의 윤곽이 드러났다. 업계의 기대와 달리 정부안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와 천문학적인 징벌적 과징금 등 전례 없는 초강경 규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금융위원회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주요 쟁점 조율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대체거래소(ATS) 수준의 소유분산 기준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소수 창업자에게 집중된 지배력을 분산시키고 수수료 수익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특정 주주가 가질 수 있는 지분 한도를 15~20%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상 ATS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주식의 15%를 초과 소유할 수 없다. 현재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는 창업자나 특정 법인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구조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창업주는 사실상 강제로 지분을 매각해 경영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으로 일궈낸 민간 기업의 지배구조를 사후 입법을 통해 강제로 조정하는 건 헌법상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며 “주인 없는 회사를 만들어 정부 입맛대로 업계를 좌지우지하려는 신 관치 의도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지분 분산이 소비자 보호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가 쪼개질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져 급변하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이용자는 결국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탈할 것”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자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해킹 등 사고 책임이행 강화 조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안은 해킹 사고 발생 시 가상자산 거래소에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은 물론,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전자금융업자의 해킹 제재 한도를 매출의 3% 수준으로 정한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정부가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 인정을 미루며 시장을 방치해놓고 이제 와서 기준도 없는 과도한 규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이는 정부가 방기했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업계를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악마화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금융위는 당정 간담회 등을 거쳐 최종안을 조율한 뒤 국회 입법 논의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의 생존권이 걸린 독소 조항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거래소 고위 간부는 “이대로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에서 가상자산 사업은 혁신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버티는 생존 게임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문제아 취급이 계속된다면 결국 기술과 인력은 규제가 합리적인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김관주 기자 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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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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