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세상과 대화하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죠. 삶의 열정 가운데 90%를 언론과 교육을 통해 세상의 일을 알리는 데 쏟았다면, 10%는 ‘명문(名文) 리더십’에 바쳐 비로소 삶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10%를 통해 90%를 넘어선 거요. 빠듯하기만 했던 젊은 시절에는 현장을 뛰며 유럽식 네오저널리즘에 꽂혀 소통의 방식을 배웠어요. 결국 이 같은 감성이 언론과 교단생활에도 엄청난 보탬이 됐고 나를 이만큼 키워준 거지요.”
언론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문재(文才)를 뽐냈던 남궁 덕 성균관대 교수(62)가 인문 교양서 ‘AI시대 공감 글쓰기’(트레블그라픽스)를 펴내면서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대인들의 글쓰기 멘토를 자처하면서 ‘인생 3막’을 예고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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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 덕 성균관대 겸임교수가 최근 출간한 인문 교양서' AI시대 공감 글쓰기'를 들어보이며 책 속에 담긴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남궁 덕 교수 제공 |
남궁 교수는 1988년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해 주요 부서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과학벤처중기부장·문화부장·월간 머니 편집장 등을 거쳤다. 2013년에 이데일리로 자리를 옮겨 편집국장을 맡는 등 시쳇말로 ‘잘 나가는’ 언론인이었다. 2018년 말 전격적으로 언론인 생활을 접은 그는 이듬해 포항공대 대우교수로 부임해 과학기술인재를 상대로 글쓰기 강의를 시작했다. 대학교수로의 ‘인생 2막’을 걷어 올린 것이다. 2022년엔 모교인 성균관대로 옮겨 학부대학에서 ‘창의적 글쓰기’와 ‘스피치와 토론’을 강의하고 있다.
언론인에서 대학교수로 인생행로를 바꾸면서도 글쓰기와의 동행을 이어온 그는 ‘감성 마케팅’이 중요해진 요즘, 글쓰기에 젖어보고 빠져봐야 심미안적인 시각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경영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이런 소통관은 언론사에서 이미 잉태됐다. 실제로 남궁 교수는 기자 시절 여러 나라 신문을 탐독하고, 출장도 다니며 세계 유수 언론의 기발한 스토리텔링만을 낚아챘다. 또 다양한 취재원들과 문인들을 만나 글쓰기 안목을 키웠다.
이 같은 노력은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 '남궁 덕 기자의 증시산책'이란 칼럼을 3년간 연재하는 바탕이 됐다. 칼럼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자, 여세를 몰아 재테크 서적 출간에 도전했다. 2003년 ‘나만 몰랐던 주식투자 비밀’(한경BP)’과 2007년 ‘한국형 주식재테크’(한경BP)는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좋은 글에 한번 ‘꽂히면’ 반드시 메모하고, 언젠가 재가공해 사용한다”는 그는 글쓰기의 최대 덕목을 반짝거리는 천재성이 아닌 치열함으로 꼽았다. “소설가와 시인은 물론 언론인 선배들이 쓴 주옥같은 글들을 가슴에 품고 몇 달 동안 되새김질하고, 좋은 친구와 약주를 나누며 써먹기도 했죠. 그동안 메모 수첩만 해도 수 백권에 달합니다.” 글쓰기 자체를 책 속에 갇힌 명문이 아니라 일상을 깨우는 수단으로 여겼다는 얘기다.
그가 참신하고 기발한 명문 수집을 ‘일보일경(一步一景)’이라 은유했을 때 다소 생경했지만, 왠지 신선함이 더 느껴졌다.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새로운 의식의 흐름과 풍경이 펼쳐집니다. 살짝 비켜서서 보면 미묘한 희열이 다가오거든요.”
최근 디지털 이미지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도 글쓰기가 더 중요해졌다는 남궁 교수는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학습하는 요령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글쓰기와 관련해 기본기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천양지차입니다. 또 글의 얼개를 먼저 짜고 초고를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도 마찬가지로 큽니다. ”
남궁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글쓰기를 꼭 인간이 해야 하는가, 앞으로도 글쓰기 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글쓴이는 AI가 글쓰기에 도움을 줄 뿐이지, 인간의 영역인 창의성을 넘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나만의 차별화된 글쓰기 관점과 감성 실종 시대에 필요한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AI시대에 글쓰기를 어떻게 담금질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코칭한다. 글쓰기엔 개인의 개성과 인성이 드러난다는 남궁 교수는 “AI시대에도 이런 글쓰기의 찰진 의미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더 기본 바탕을 만드는 데 집중할 때라고 덧붙인다. 그는 “글쓰기에 앞서 제 목을 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그 뒤 문단을 나누고 문단의 제목을 단 다음 초고를 집필하는 순서로 진행하라”고 설명한다. “설계도 없이 글을 쓰는 것은 금물이죠. 글쓴이가 보고 듣고 냄 새 맡고 느낀 것들을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것부터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스토리를 펼치는 게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책은 총 4부 46장으로 구성돼 있다. 작가의 언론 기고문ㆍ에세이ㆍ명시(名詩) 시평 등이 부록으로 따라붙었다. 1부의 ‘작문이치’는 글쓰기의 개념부터 시작해서 주제 선정하는 방법과 글의 재료 찾기, 늘리기와 줄이기, 제목 정하기 등 기본기를 알려준다.
2부의 ‘언론문장연습’은 언론사를 탐방하면서 직접 글쓰기를 배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머리기사 탄생 비결, 스트레이트 기사 쓰는 법, 사진 캡션 다는 것까지 망라돼 있다. 3부의 ‘AI시대 명문 작법’은 AI시대에 필요한 생존 글쓰기, 차별화된 글쓰기의 전모를 확인할 수 있다.
4부의 ‘퇴고 비법’은 육안과 심안, 아이디어 착상, 서술어 탐구, 독자 탐구 등으로 이루어졌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독자가 꼭 읽어봐야 하는 부분이다. 부록엔 저자가 쓴 언론 칼럼과 에세이, 애송 시와 시평을 붙였다. 글쓴이의 날카로운 통찰과 풍부한 감성 스토리가 개울물처럼 흐른다.
총 21편의 삽화가 포함돼 텍스트만 있는 인문학 책의 딱딱한 점을 순화시킨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삽화는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한다.
남궁 교수는 마지막으로 “글은 단순한 기록이나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과 대화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이라며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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