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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시 청년 주거복지의 핵심 사업인 ‘청년안심주택’이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여파로 대규모 공실 사태를 맞았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청년들이 정작 전세자금대출 승인을 거절당해 입주를 포기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주거복지에 힘쓰겠다는 정부가, 정작 청년들의 기본적인 주거안정조차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입주를 시작한 서울 상봉동 A 청년안심주택은 전체 400세대 중 절반인 200세대가 현재 공실 상태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주택임에도, 입주 시작 한 달이 넘도록 단지의 절반이 텅 비어 있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청년안심주택은 역세권의 편리한 입지와 시세 대비 최대 85% 수준의 임대료 덕분에 늘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일반 공급은 수십 대 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운영하는 공공임대는 무려 150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다.
이처럼 선호도가 주택 절반이 빈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업계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권에 들었음에도, 대출이라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사업장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인 보증보험 가입까지 마친 우량 사업장이라는 사실이다. 재무적 안정성을 공적으로 검증받았음에도, 은행은 세입자들의 버팀목 전세 대출 등 정책금융은 물론 일반 전세 대출마저 줄줄이 거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청년안심주택 대출거절 문제는 버팀목 같은 정책상품이 아니”라며 “추가이자를 부담해서라도 입주하겠다는 청년들의 일반 ‘전세대출’ 상품까지 싸잡아 거부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주택업계는 이번 사태를 전적으로 정부 책임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겠다는 명분 아래, 정작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정책 주택의 입주마저 정부가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6.27 규제’를 통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지시했다. 당국의 강한 압박에 5대 시중은행은 연간 목표치를 이미 30% 이상 감축했고, 일선 지점들은 사실상 가계대출 창구를 닫아버린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목표가 역설적으로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거복지의 혜택이 정작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자녀들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냉소도 있다. 부모님 도움을 받아 현금으로 보증금을 납부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온갖 악재를 뚫고 주택을 준공한 사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임대 수익으로 PF 대출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구조에서 공실 장기화는 경영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다. 입주자가 없어 발생하는 관리비와 고정 자산세 등 모든 유지 비용 역시 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만 매몰돼 멀쩡한 주택을 짓고도 대출 규제로 입주를 못 하는 사태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청년복지를 표방하는 정부인만큼, 최소한 주거복지정책에 한정해선 대출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 스스로 행정지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계대출 취급 우선순위에 청년이나 신혼부부 관련 상품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시를 금융당국이 내려줘야 일선 지점도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의 10억 원대 전세도 아니고, 고작 4000~5000만 원의 보증금 대출이 막혀 청년들이 입주를 못 하는 게 현실”이라며 “멀쩡한 집 절반을 언제까지 비워둬야 하느냐. 이번 공실 사태의 주범은 명백히 극단적인 대출 규제”라고 성토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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