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최고상 선정·HBM4 16단 공개 등 ‘K-테크’ 저력
삼성·현대차·LG 등 독보적 존재감… 글로벌 동맹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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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 2026에서 글로벌 IT 전문 매체 CNET이 선정하는 ‘Best Robot(최고 로봇)’ 상을 수상한 휴모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사족보행 로봇 ‘스팟’. / 현대차그룹 제공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는 화면 속 글자에 머물던 인공지능(AI)이 로봇과 자동차라는 ‘몸’을 입고 우리 삶에 침투한 ‘실물 AI(Physical AI)’의 시대를 선언한 자리였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가전, 로보틱스, 반도체 전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뽐내며 전시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올해 CES의 최대 화두는 AI가 물리적 법칙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피지컬 AI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예고했던 “로봇을 위한 ‘챗GPT 순간’”이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워 전 세계의 시선을 강탈했다. 양산형 아틀라스는 키 190㎝, 몸무게 90㎏의 당당한 체격에 모든 관절이 360도 회전하는 유연성을 갖췄다. 최대 50㎏의 물체를 들 수 있는 이 로봇은 2028년부터 미국 현대차 공장에 투입돼 실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IT 전문 매체 씨넷은 아틀라스를 로봇 분야 최고상에 선정하며 “올해 확인한 수많은 휴머노이드 중 단연 최고”라고 극찬했다. 아틀라스 개발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4년전 전격 인수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베팅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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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의 홈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가 식기세척기에 식기를 투입하는 모습. / LG전자 |
LG전자는 가정용 AI 에이전트 ‘LG 클로이드’를 통해 가사 해방의 비전을 제시했다. 클로이드는 무대 위에서 연설자에게 물을 건네고 농담을 주고받는 등 자연스러운 소통 능력을 보였으며, 직접 빨래를 개고 세탁기에 넣는 가사 보조 역량도 시연했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물리적 노동을 넘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까지 덜어주는 ‘제로 레이버 홈’이 목표”라며 로봇 사업 확장 의지를 분명히 했다.
로봇과 함께 피지컬 AI의 양대 축인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 이상의 기술이 현실로 다가왔다. 현대차그룹은 웨이모와 협력한 6세대 로보택시를 선보였고, 정의선 회장은 젠슨 황 CEO와 비공개 회동을 하며 ‘자율주행 깐부’ 동맹을 공고히 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오픈소스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는 도로에 굴러온 공을 보고 아이가 나타날 것을 추론하는 지능형 주행을 선보여 기대를 모았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알파마요를 탑재한 ‘CLA’를 미국에 1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BMW는 아마존 ‘알렉사플러스(+)’ 기술을 탑재해 자연스러운 대화로 차량을 제어하는 음성 비서를 선보였고, 루시드모터스는 우버와 손잡고 ‘드라이브 AGX 토르’ 기반의 로보택시 모델을 공개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노태문 대표가 직접 나서 ‘AI 경험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올해 출시할 5억 대의 제품 전반에 AI를 이식해 개별 기기를 넘어선 통합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공개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혁신적인 폼팩터와 실용성을 인정받아 씨넷 선정 전체 최고상을 거머쥐며 삼성의 하드웨어 리더십을 재확인했다.
피지컬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전장에서도 K-반도체의 위상은 높았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4 16단’ 실물을 공개하며 AI 메모리 시장의 지배력을 과시했다. 삼성전자 역시 HBM4 양산 계획과 함께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 탑재를 위한 서버용 메모리 모듈 공급 채비를 마쳤음을 알렸다.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도 로봇 전용 프로세서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실물 AI 인프라 경쟁에 가세했다.
이번 CES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매서웠다. 900여 개에 달하는 중국 업체들은 계단을 오르는 로봇청소기와 초대형 LED TV 등을 선보이며 가성비를 넘어선 기술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의혹과 허위 광고 논란이 겹치며 독창성과 신뢰도 면에서는 여전한 과제를 남겼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CES는 AI가 화면 밖으로 나와 공장과 거실로 파고든 역사적인 전환점”이라며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피지컬 AI 생태계를 주도하며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었다”고 평가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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