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HBM 호황 속 조용한 변수…마이크론, 美 지원 업고 추격전 돌입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1-13 05:00:19   폰트크기 변경      

그래픽:대한경제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확산을 타고 전례 없는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의 행보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론은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오논다가 카운티 클레이 타운에서 1000억달러(약 145조원) 규모 ‘메가팹’ 기공식을 연다. 총 4개 공장으로 구성되는 이 프로젝트는 클린룸 면적만 약 22만㎡로 축구장 40개에 달하는 초대형 설비로, 뉴욕주 역사상 최대 민간 투자다. 첫 팹은 2026년 말 착공해 2030년 말 가동 예정이며, 전체 프로젝트는 2045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당초 2024년 착공을 목표로 했으나 환경영향평가(EIS) 지연으로 일정이 2년 가량 미뤄졌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AI 시스템 수요에 대응하고 미국 내 유일한 메모리 제조사로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기공식에는 연방·주 정부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으로, 정치적 상징성도 작지 않다. 업계에선 이번 기공식을 “당장의 실적 경쟁보다는 2030년 이후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 재편을 향한 장기 포석”으로 해석한다.

美 정부가 키우는 ‘D램 40%’ 프로젝트

메가팹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자립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정부는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마이크론의 뉴욕·아이다호 신규 팹에 총 61억6500만달러 규모 보조금을 확정했다. 목현재 2%에도 못 미치는 미국 내 D램 생산 비중을 향후 10년 내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구상이다.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 정부 조달 우대가 결합될 경우 시장 논리를 뛰어넘는 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엔비디아·AMD)와 파운드리(TSMC·인텔)에서 자립 기반을 닦아온 미국이, 메모리라는 마지막 퍼즐을 채우려는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당장은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메모리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분기 15조원대 영업이익이 전망되며, 두 회사 모두 AI 서버·HBM 특수를 누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7%, 삼성전자 22%, 마이크론 21%로 한국 업체들이 압도적인 우위다.

반면 전체 D램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34%), 삼성전자(33%), 마이크론(26%) 순으로 격차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매출은 13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급증했고, 2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183~191억달러로 제시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이 본격 반영되면 2030년 이후 시장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기 쇼크는 없다”…문제는 속도 아닌 ‘방향’

업계는 뉴욕 메가팹 착공이 단기간 글로벌 메모리 수급을 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첫 양산 시점이 2030년으로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HBM은 단순 D램 증설만으로는 진입이 어려운 공정·패키징 집약 산업이기 때문이다. HBM3E 양산과 HBM4 전환 국면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쌓아온 공정·패키징·수율 경험은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HBM에서의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 로직 반도체와의 이종 결합(어드밴스드 패키징), AI 서버 고객 맞춤형 커스텀 메모리 설계, 수율 안정성을 향후 5~10년 경쟁의 핵심 축으로 꼽는다. 이 부분에서 격차를 충분히 벌려놓지 못하면, 2030년 이후 ‘정책 지원을 등에 업은 마이크론’과의 게임은 지금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 뉴욕 메가팹은 단기적으로는 상징적 이벤트에 가깝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산업 전략의 신호”라며 “현 시점에서 위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 메모리 산업에 변수가 등장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산업부
심화영 기자
doroth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