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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P&T7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AI 메모리 시장에서는 설비 경쟁이 곧 기술 경쟁이 됐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역시 HBM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후공정 병목을 얼마나 빠르게 해소하느냐가 최종 승부처다.
SK하이닉스가 청주에 19조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첨단 패키징·테스트 전용 팹(P&T7)을 짓기로 한 것은 반도체 패러다임이 ‘미세 공정’에서 ‘적층 기술’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단순 웨이퍼 증설만으로는 급증하는 AI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그룹(Yole Group)에 따르면 HBM 시장은 2026~2030년 연평균 33% 성장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패키징을 승부처로 삼아 ‘제때 만들고 제때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아직 전공정 중심 증설에 무게를 두는 것과 달리, 패키징까지 일괄 대응하는 생산 체계에서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왜 지금, 어째서 패키징인가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TSV(실리콘 관통전극)로 연결하는 구조다. 공정 미세화보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정교하게 쌓고 연결하느냐가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병목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구간이 패키징과 테스트다.
AI 가속기 수요 폭증으로 HBM 주문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후공정 캐파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전공정 증설 효과는 반감된다. ‘전공정보다 후공정이 더 중요해졌다’는 말이 업계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이유다.
청주 테크노폴리스에 들어서는 P&T7은 단순한 후공정 공장이 아니다. HBM을 최종 완성하고 검증하는 AI 메모리 전용 첨단 패키징·테스트 허브다.
이미 인근에는 약 20조원이 투입된 D램 전공정 팹 M15X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D램을 즉시 P&T7으로 옮겨 적층·테스트까지 이어가는 구조다. 물류 이동거리 최소화, 수율 안정, 리드타임 단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린 배치다.
SK하이닉스가 굳이 전공정과 후공정을 ‘붙여 짓는’ 전략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HBM은 적층 수가 늘어날수록 공정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전·후공정 간 분리 운영은 곧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CoWoS, 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패키징 공정은 설비 구축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단기간 증설이 어렵다. 이로 인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서는 ‘칩은 있는데 패키징이 막혀 출하를 못 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청주를 ‘AI 메모리 거점’으로
SK하이닉스는 이미 M15X 공장을 구축하고, 지난해 10월 클린룸을 조기 오픈했다. 이곳은 올해 상반기부터 HBM을 포함한 차세대 D램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로 청주는 낸드 중심 생산기지를 넘어 AI D램·HBM 후공정의 핵심 축으로 격상된다. 기존 M11·M12·M15 팹과 P&T3에 더해 M15X, P&T7까지 갖추며 전·후공정이 한 지역에 집적된다.
이는 이천(본사·R&D·마더팹), 용인(차세대 D램 주력 클러스터), 청주(AI 메모리 생산·후공정 거점)를 잇는 삼각 반도체 클러스터 전략을 완성하는 퍼즐이기도 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기능적으로 분업시키면서도 생산 효율은 극대화하는 구조다.
여기에 2027년 말 첨단 패키징 팹 ‘P&T7’까지 완공되면, 청주는 전공정과 후공정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AI 메모리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동시에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인 첨단 패키징 팹이 2028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되면, 국내·미국 양축 체제로 글로벌 AI 고객 대응력도 강화된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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