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조정개시 107건 중 89건 합의
3년간 조정성립률도 평균 84.8%
현장조사 등 ‘맞춤형 조정’ 효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 임대차계약 종료를 앞둔 학원 원장 A씨는 30년 넘은 상가건물의 이중창 유리 균열 책임을 두고 임대인과 갈등을 겪다 서울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조정위는 현장조사를 거쳐 노후 건물의 특성을 고려해 임대인 부담을 권고했고, 당사자가 이를 받아들여 조정이 성립됐다.
A씨 사례처럼 서울시 조정위가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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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지난해 조정위에 접수된 상가임대차 분쟁 182건 가운데 조정이 개시된 107건의 83.1%인 89건을 합의로 이끌었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3년간 조정성립률도 2023년 83.8%, 2024년 87% 등 평균 84.8%에 이를 정도로 조정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법원의 민사사건 조정성립률은 약 30% 안팎 수준이다.
지난해 접수된 상가임대차 분쟁 중에는 수리비(누수 포함) 관련 분쟁이 52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해지(50건) △임대료(39건) △원상회복(24건) 순으로 책임 범위와 비용 부담을 둘러싼 분쟁이 주를 이뤘다.
최근 3년으로 확대해 보면 계약해지 관련 분쟁이 140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리비(126건) △임대료(110건) △원상회복(56건) △권리금(49건) 순이었다.
높은 조정성립 비결은 서울시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맞춤형 조정’이다.
수리비나 원상회복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은 책임 범위를 둘러싼 쟁점이 복잡해 당사자 간의 협의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서울시 조정위는 현장에서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현장조사’를 통해 조정위원의 이해와 설득을 바탕으로 신속한 합의를 이끌어낸다.
구체적으로 조정신청 상대방이 동의한 경우 건축사ㆍ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가 현장조사를 통해 구조ㆍ노후도ㆍ사용 흔적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토대로 책임 범위와 비용 분담안을 제시한다. 사실관계가 명확해지면 감정적 대립이 잦아들고,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시는 분쟁 성격에 따라 조정 방식도 달리한다. 분쟁 해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비교적 쟁점이 단순하거나 대면 조정이 부담되는 경우에는 ‘전화 알선조정’을 통해 20일 안에 신속히 조율해 분쟁의 장기화를 막는다. 반면 쟁점이 복잡한 사건은 평균 2시간 내외의 충분한 대면 조정시간을 확보해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정위원의 조정안 제시를 통해 쟁점을 정리한다.
특히 전화 알선조정은 평균 45일이 걸리는 정식 조정에 앞서 분쟁 초기 갈등을 빠르게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시는 “알선조정이 매년 평균 20건 내외 운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건당 45일 소요되는 절차를 20일 내로 마무리할 경우 연간 기준으로 분쟁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는 조정 신청서 작성과 구비서류 준비가 어려운 시민을 위해 전문상담위원이 ‘조정신청 대행서비스’를 제공해 상담부터 조정 연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서울시 조정위 유튜브 채널과 상가임대차 상담센터 누리집을 통해 반복되는 분쟁 유형과 해결 사례를 공유해 분쟁 예방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김경미 서울시 소상공인정책과장은 “상가임대차 분쟁은 법과 계약 조항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당사자의 입장을 충분히 듣는 조정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현장조사 등 단계별 조정을 통해 갈등을 조기에 풀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소송 전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분쟁조정 제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상가임대차법은 상가임대차 분쟁 심의ㆍ조정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 지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사, 한국감정원 지사에 조정위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시ㆍ광역시나 특별자치시ㆍ도는 지자체 실정을 고려해 조정위를 둘 수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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