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도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엔비디아·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매출 기준 세계 3대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서며, AI 인프라를 둘러싼 ‘새 삼각 구도’가 본격화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14일 2025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1% 증가한 793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I 프로세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네트워킹 칩 등 AI 핵심 부품이 전체 성장의 중심에 서며,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매출 1위는 단연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2025년 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반도체 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천억달러 클럽’에 입성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63.9%로,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 성장분의 35% 이상을 홀로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2위 삼성전자와의 매출 격차는 530억달러까지 벌어졌다. AI 데이터센터용 GPU와 가속기가 사실상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쏠림 현상이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025년 반도체 매출 730억달러로 2위를 유지했다. 메모리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3% 증가하며 실적을 방어했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 매출은 8% 감소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라는 구조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첨단 공정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이 중장기 과제로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HBM의 힘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의 2025년 매출은 610억달러로 전년 대비 37% 이상 증가, 글로벌 반도체 매출 순위 3위에 올랐다. AI 서버용 HBM 공급 확대와 함께 범용 D램 가격 반등이 동시에 작용하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3위를 지켰던 인텔은 한 계단 밀려났다.
반면 인텔은 점유율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5년 시장 점유율은 6%로, 2021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위 1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 감소(-3.9%)를 기록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구조적 약점으로 지목된다.
제품별로는 2025년 HBM 매출이 300억달러를 넘어서며 D램 시장의 23%를 차지했다. AI 프로세서 매출은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가트너는 2026년 AI 인프라 지출이 1조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AI 반도체 매출 비중은 2029년까지 전체 반도체 시장의 5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라지브 라지풋 가트너 시니어 수석 애널리스트는 “AI 프로세서와 HBM, 네트워킹 칩이 반도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향후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은 AI 인프라 생태계에서의 지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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