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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1500원대 고환율이 이어지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로 5연속 동결했다. 이번 한은의 금리 동결에선 환율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금리를 내릴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1480원대를 오가며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신호를 주기 어렵다는 점이 주요 배경이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상단기준)는 이미 1.25%포인트(p)로 큰 상태라, 한국이 금리를 내리면 자본 유출 압력과 환율 불안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번 결정에서 환율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율은 지난해 12월 22~23일 1480원을 넘어서며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의 환헤지 대응을 촉발했고, 이후 143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새해 들어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매수 확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로 다시 10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총재는 “연말 수급 안정화 정책의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 과정을 통해 취약 요인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2월 환율 급등 당시에는 원화만 과도하게 절하돼 펀더멘털과 괴리가 컸다”며 “개입하지 않았다면 여러 부작용이 우려돼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환율 상승은 약 4분의 3이 달러 강세·엔화 약세·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요인, 나머지 4분의 1은 국내 요인 때문”이라며 “12월과는 질적으로 다른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 재무부의 ‘구두 개입성’ 발언 영향으로 전 거래일 대비 12.5원 내린 1465원에 출발해 주간거래 종가(15시30분) 기준 7.8원 하락한 1469.7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 재무부는 스콧 베센트 장관이 지난 12일 구윤철 부총리와의 회동에서 “최근 원화가치 하락은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경제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1480원대 환율이 펀더멘털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며 “베센트 장관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한·미 투자협정에는 외환시장 불안 발생 시 투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고, 한은도 이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진다”고 설명했다.
◇물가·집값·가계부채…정책 여력 제약
한은의 동결 배경에는 물가도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2.1%, 근원물가 2.0%를 전망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며 석유류·식료품 등 수입물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어 물가 하락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역시 하방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어, 한은은 당분간 금융안정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최근 제기된 ‘한은이 돈을 풀어 환율이 올랐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취임 후 3년 동안 가장 신경 쓴 것은 가계부채 축소를 통한 금융안정”이라며 “그 결과 M2(광의통화) 증가율은 늘어나는 추세가 멈췄고 임기 중 M2는 증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금리정책은 환율 자체가 아니라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본다”며 “환율을 금리로 잡으려면 2~3%p를 올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다”고 선을 그었다.
◇“3개월 뒤에도 동결” 6명 중 5명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금리를 2.50%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1명만이 “내수 회복세가 약한 만큼 인하 여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모두 경제 상황에 대한 조건부 판단이며, 3개월 이후 방향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시장 “인하 사이클 종료”…연내 동결 전망
증권가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성명서에서 보듯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명백히 종료됐다”며 “연내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 현 시점에서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인상 국면 전환을 위해선 물가가 2% 중반대로 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인하 관련 가이던스를 의도적으로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1월 금통위는 중립에서 ‘동결 장기화’로 전환된 회의다. 올해 중 기준금리는 2.50%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사실상 인하 사이클은 끝났다”고 전망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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