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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사진:용인시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반도체 경쟁의 핵심 변수가 ‘전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초대형 투자와 첨단 공정이 맞물리며 전력 수급 안정성과 비용 관리가 수율·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에 접어들자, SK하이닉스가 전력 분야 최고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하고 생산 일정까지 앞당기는 ‘속도전’에 나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자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지낸 정승일 전 사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에너지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 차관을 거쳐 가스공사·한전 사장까지 역임한 정 고문은 국내 전력 정책과 수급 구조를 꿰뚫는 ‘에너지 정통관료’로 꼽힌다.
이번 인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투자 확대 속에서 전력 안정성이 곧 생산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첨단 반도체 공정은 365일 24시간 무중단 가동이 전제되며, 미세한 전력 품질 변동도 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대규모 증설로 전기요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중장기 전력 수급 전략과 비용 관리가 핵심 경영 이슈로 부상했다.
실제 반도체 메가 팹 1기의 하루 전력 소모량은 2~3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h당 179.23원)을 적용하면, 팹 1기당 연간 전기료만 1300억~2000억원에 달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될 경우 연간 수조원의 전력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생산 일정까지 앞당기며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회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건설 중인 1기 팹의 가동 시점을 당초 내년 5월에서 내년 초로 수개월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류성수 SK하이닉스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AI 인프라를 위한 메모리 소비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번째 공장을 기존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 내년 2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지어진 신규 공장은 내년 5월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이를 3개월 가량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용인 클러스터를 둘러싼 사법적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법원은 최근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계획 승인 처분을 둘러싼 무효 확인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던 변수들을 정리했다는 평가다.
이미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의 전력 사용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2021년 2만2624GWh에서 2024년 2만8996GWh로 4년간 28% 이상 증가했고,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5% 넘게 늘었다. 양사는 공정 효율 개선, 폐열 회수, 설비 고효율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고집적·초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전력·용수·투자비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에게 “규제 완화와 함께 전력·용수 같은 기반 인프라 지원이 없으면 경쟁국 대비 속도에서 밀릴 수 있다”고 호소한 발언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경쟁은 이제 공정 미세화뿐 아니라, 누가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전력 전략을 경영 전면에 배치한 SK하이닉스의 행보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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